형사사법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현장 검사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성호(사법연수원 40기) 춘천지검 검사와 박노산(42기) 전주지검 검사, 최대호(43기)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 5명은 지난 7∼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검찰청과 법원에 출장을 다녀와 플리바게닝의 적용 실태와 시사점 등을 다룬 보고서를 최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플리바게닝은 죄를 인정하고 범죄 수사에 협조한 사람의 형량을 줄이거나 없애주는 제도다. 미국은 수사·기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해 12월 “미국 형사절차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플리바게닝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우리 검찰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검사들은 보고서에서 “법원의 유죄인정신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 등을 충실히 마련한다면 실체적 진실 발견과 형사 절차의 신속이라는 형사소송의 기본 이념 모두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검사들은 일각에서 플리바게닝을 ‘검찰과 피고인 사의의 부정한 사법거래’로 이해하는 상황을 두고는 “검사 또는 판사의 자의적 의사 결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마련된 엄격한 양형 기준을 통해 그 범위가 결정된다”며 세간의 인식과 실무적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은 다만 플리바게닝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플리바게닝은 배심제 등 미국 고유의 사법제도를 통해 장기간 형성된 제도”라며 “대한민국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의 형사사건에 대한 인식 전환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형량에 대한 협상, 중범죄에서 경범죄 등으로 혐의 수준 경감, 공소 취소 등을 놓고 피고인 측과 플리바게닝을 한다.
경범죄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 접근 금지, 범죄와 관련된 사회봉사 등을 부과하고 이를 지키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식의 플리바게닝이 이뤄진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한 범죄의 경우 수집된 증거가 피의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력 낭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플리바게닝이 이뤄진다고 검사들은 설명했다.
판사가 플리바게닝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판사는 검사와 달리 공소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피고인에게 적용된 법률을 중범죄에서 경범죄로 감경하는 방식으로 형량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검찰 측이 확보한 증거 등을 검토한 뒤 법원에 플리바게닝을 요청할 경우 판사가 수용 여부를 판단한 뒤 준수해야 할 조건과 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기각하는 경우도 가능한데 가정폭력이나 음주운전 등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검사들은 설명했다. /연합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