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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에 별거 중 집에 들어갔다고 주거침입죄?… 헌재 “범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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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03 10:23:08   폰트크기 변경      
“공동거주자 지위 인정”… 기소유예 처분 취소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혼소송으로 별거 중인 상태에서 부부 중 한쪽이 일방적으로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해서 곧바로 다른 한쪽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사진: 대한경제 DB


헌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남편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9월 별거 중인 아내 B씨가 사는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를 침입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공동으로 거주하던 주택에 B씨의 동의 없이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평온을 해치지도 않아 검찰의 처분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기소유예는 검찰 단계에서 범죄 혐의는 인정하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일종의 ‘선처’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근거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헌재는 “A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우선 헌재는 A씨가 B씨와 함께 살고 있던 집의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었던 만큼, A씨가 임의로 집에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가 B씨와 10년 넘게 혼인생활을 유지해 왔고, 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B씨와의 이혼소송이 시작된 이후인 2021년 8월 초 휴가 때도 집에 머물렀다는 이유다.

게다가 A씨가 B씨로부터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요청받은 때는 사건이 불거지기 불과 2주 전으로, 당시 B씨는 코로나19에 따른 자가 격리를 이유로 A씨의 출입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짐도 여전히 집에 보관 중인 상태였다.

헌재는 “B씨가 이혼을 청구했다거나 A씨를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더 이상 함께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A씨가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했다거나 배제됐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재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았던 ‘A씨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밀번호는 A씨가 공동거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일 뿐, 불법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취득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는 B씨가 자가 격리를 이유로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2주간의 격리 기간이 종료됐을 무렵 집에 들어가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집에 들어가 머무르다가 B씨가 퇴근 후 경찰을 대동하고 오자 문을 열어준 점 등을 감안하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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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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