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유출 위험… 경쟁업체 부당 이득 우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에서 장기간 일하다가 퇴직한 뒤 중국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에 대해 전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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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박범석 민사제1수석부장판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A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A씨는 내년 1월15일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정한 ‘전직 금지 대상 목록’에 기재된 회사 등에서 일하거나, 우회 취업ㆍ자문 계약 등의 방식으로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연구ㆍ개발 업무를 맡을 수 없게 됐다. 이를 어기면 A씨는 하루 500만원씩 삼성디스플레이에 지급해야 한다.
2008년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한 A씨는 OLED 핵심 공정 중 하나인 ELA(Excimer Laser Annealing) 공정개발 업무의 그룹장을 맡아 일하다가 지난해 1월15일자로 퇴사했다.
퇴사 전 A씨가 작성한 서약서에는 퇴직일부터 2년간 영업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누설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 창업이나 국내외 경쟁업체 전직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ELA 장비는 OLED 패널 생산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회사 측은 A씨에게 8000여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는 퇴사 이후 석 달 만에 중국 현지에서 외국인 취업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8월부터 소형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를 만드는 B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실상 A씨가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한 것이라고 보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A씨는 B사의 경우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가 아닌 만큼 서약서 위반이 아니라고 맞섰다.
법원은 “A씨가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을 한 것이라는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며 삼성디스플레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반드시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에 취업한 사실이 명확하게 소명된 경우에만 전직 금지 가처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쟁업체 취업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거나 경쟁업체로 전직을 계획ㆍ의도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한 공정은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핵심기술인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 기술에 속한다”며 “A씨가 축적한 노하우를 경쟁업체가 취득하게 될 경우 기술 격차를 좁히는데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게 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A씨가 총 직원 수가 7명에 불과한 B사에 실제로 취업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담당 업무나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점도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근거가 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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