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오는 6일 이균용(61ㆍ사법연수원 16기)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쏠리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선택에 이 후보자 인준 여부는 물론, 30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지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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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신 6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당론으로 표결에 임하자는 게 다수 의견이었지만, 자율투표를 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사청문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 앞서 당내 의원 전원에게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간곡하고 단호히 부결을 요청드린다”는 내용의 친전을 보냈다.
대법원장 자리는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 이날까지 열흘째 비어있다. 현재 대법관 13명 가운데 선임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대법원장 공석은 지난 1993년 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한 이후 30년 만이다. 당시 최재호 대법관이 2주간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야당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통해 이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이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 등을 문제삼아 “법관으로서 능력ㆍ자질보다는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로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장 공백에 따른 혼란보다 부적절한 인물이 취임하는 데 따른 사법부의 공황 상태가 더 걱정”이라며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이런 인물들을 계속 보내면 제2, 제3(의 인물)이라도 부결시킬 생각”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몰표’를 던질 경우 임명동의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정사상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사례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유일하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윤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최소 두 달 이상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사건 폭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고심 심리 지연은 물론,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이 필요한 대법관 인선 절차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악화되자 대법원도 야당을 상대로 부랴부랴 설득 작업에 나섰다.
법원행정처가 만든 60쪽 분량의 설명자료에는 ‘김 전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의 민주적ㆍ수평적인 사법행정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가 민주당 등 야당의 손에 달려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 전 대법원장을 내세워 ‘민주당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법원 안팎의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법원장 출신인 A변호사는 “표결 결과에 관계없이 김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회가 이 후보자 임명 동의 여부를 가렸어야 했다”며 “국회가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수장 자리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B부장판사는 “윤 대통령과의 친분 문제나 재산 관련 의혹 제기로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이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통과해 정식으로 임명되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제대로 영(令)을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ㆍ독립성 등을 감안하면, 대통령과의 친분 문제 등에서 자유로운 대법원장 후보자가 새로 지명되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행 헌법 체제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 찬성률은 이일규 대법원장이 94.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윤관(94.0%), 양승태(92.7%), 최종영(80.2%), 이용훈(76.5%), 김덕주(72.2%), 김명수(53.7%) 대법원장 순이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2017년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시 야권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설득전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부동수로 부결된 직후였다.
당시 UN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던 문 전 대통령은 직접 입장문을 내고 임명동의안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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