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축현장 감리용역 계약 해지 요청 줄 이어
“수익 적고 책임은 커 포기”…현장 안전 위험 더 커져
# 1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B현장의 감리 용역 수행을 중도 포기하고 건축주와 감리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검단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공사 현장 감리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B현장 시공사는 여전히 A씨의 지적 사항을 반영하고 있지 않아서다.
A씨는 “LH 검단 사태 등으로 감리자의 책임은 커져가는데 여전히 시공사는 지적 사항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감리 수행의 부담이 커졌고 결국 건축주에게 계약 포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건설공사 감리자를 향한 여론 악화, 중소 건설사의 줄폐업 등으로 건축사들의 건축 감리 용역 수행 부담이 커졌다. 시공사 부도 등으로 향후 건축물 하자 발생 시 책임이 감리자에게만 씌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감리 용역 수행을 포기하는 건축사들이 늘고 있다.
10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규모 현장에서 감리 용역을 수행하던 건축사들이 감리 용역 계약 해지를 건축주에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히 관측된다. 감리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장의 시공사들과 건축주는 여전히 감리자를 존중하지 않고 있어서다.
LH 검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규모 현장은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당장 현장을 책임져야 할 소장부터 서류상으로 기재된 사람과 다른 사람이었던 현장”이라며 “이 소장은 감리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견에 건축물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겠느냐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도 건축사들의 감리 계약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10월10일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420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227건에 비해 거의 두배 수준이며 2006년 이래 최대치다. 올해 매일 건설사 1.5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96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67건), 전북(32건), 부산(29건), 충남(25건), 경남(23건) 순이다.
생존 문제가 걸려있는 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감리자의 지적 사항을 공기 연장 요인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소규모 건축현장 감리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C씨는 “소규모 건축 현장은 시공사가 당장 준공 기간까지 존립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며 “추후 건축물에서 하자가 발견됐는데, 시공사가 이미 폐업한 상황이라면 책임은 감리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유사한 상황에 처한 소규모 현장이 늘어나면서 건축사들이 감리 용역 수행에 따른 수익보다 책임 부담이 크다고 보고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며 “이들이 감리 용역 수행을 포기한 현장의 안전은 더한 위기로 내몰리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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