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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예금자보호한도 동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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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3 11:10:21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장고(長考) 끝에 금융당국이 내린 결론이 ‘예금자보호한도’ 동결이란 데 의외란 반응이 많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국내에도 디지털시대 빛의 속도가 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불안이 확산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시행령 개정을 통한 즉시 한도 상향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예금자보호한도는 ‘5000만원’으로 2001년 이후 23년간 묶여있다. 2001년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약 3배) 대비 절대금액이 낮은 상태다. 미국(3.3억원), 영국(1.4억원), 일본(0.9억원) 등 여타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보호한도를 증액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손볼 때가 됐단 중론 속에 정부도 용역부터 시작해 한도상향 논의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예금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안에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왜 세계 각국의 예금자보호 추세에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와 중앙은행, 금융당국만 역행하는 의견을 내는 것일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물가와 금리를 자극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는 통화정책으로 조절할 일이지 예금자보호한도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업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풀지 못한 탓이 크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올라갈 경우 예보료율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제2금융권은 현행 예보료율은 과거 부실 금융회사의 구조조정 비용 상환 부담이 종료되는 2027년 이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단 입장이다.  은행권은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으로의 수신자금 이탈이 손쉬워질 것도 우려해 왔다.

정부는 ‘위기 시에는 한도 상향보다는 전액보호가 필요할 수 있음’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명기했다. 그러나 전액보호에는 혈세가 뒤따를 수 있어 오히려 구제금융이란 ‘도덕적해이’ 논란이 일 수 있다. 최근 가계뿐 아니라 기업의 대규모 비보호 예금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상태에서 만에 하나 뱅크런이 닥치면 그 파장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금의 은행 예치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크다. 은행으로 입금된 자금이 기업 투자로 연결되면 한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들이 ‘5000만원 한도’를 지키기 위해서 ‘자금쪼개기’에 나서야 한다면, 이는 금융소비자 편익을 져버린 것이다. 개인들은 예금자 1인 평균 약 7.4개 금융회사에 계좌를 보유 중이다(보호대상 예금에 한함).


예금에 붙는 일반과세는 15.4%다. 주식의 배당금도 마찬가지 세율이지만, 예금은 주식과 달리 원금이 일정한 안전자산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은 은행 보호를 위한 정부 역할이 위기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규명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예금보험제도는 위기 상황에서 예금인출을 효과적으로 억제는 ‘뱅크런’ 최후의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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