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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식의 정치 클릭] 국민의힘 태생적 한계와 희생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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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6 04:00:21   폰트크기 변경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유상범, 강민국, 이철규, 박성민 의원 등과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5일 의총을 열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책을 놓고 갑론을박 끝에 당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전날에는 당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이 총사퇴했다.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김기현 대표체제’가 유지되는 셈이다.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승기를 잡을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보선 패인을 놓고 정치권에선 공천실패냐, 국정실패냐 논란이 있지만, 이래저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공천 문제를 따진다면 김 후보를 전략공천한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 후보를 사면·복권해 출마 길을 열어준 윤석열 대통령 의중(윤심)이 공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면, 결국에는 용산 쪽으로 화살이 간다.

윤 대통령은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좌고우면 않고 추진하는 정면승부형에 가깝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이권 카르텔 타파 선언 등에서 진면목을 보였다. 국익을 위해선 총대 메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기존 지지층에선 호응도가 높지만 반발 세력도 만만찮아 ‘국민 통합’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책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지지세 누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념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자충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해 허위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말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표적으로 지목한 것은 우파 정부의 선명성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일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 등을 싸잡아 사실상 적대시함으로써 좌파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마저 뭔가 이질감을 갖게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무적 실책이다. 역사적으로 ‘이념’은 현상유지를 위한 지배층의 이데올로기(허위의식)에 맞서 모순구조와 피아관계를 일깨우기 위한 피지배 진영의 의식체계다. 집권 우파가 굳이 이념을 내세운다면 중도층뿐 아니라 좌파 진영까지 유혹할 수 있는 ‘국민 통합’이 바람직하다. ‘집토끼’만 찬사를 보낼 이념 전쟁은 스스로 지지세를 축내는 ‘뺄셈 정치’에 불과하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대에서 대통령실이 개입해 당시 여론조사에서 후순위에 있던 김기현 후보를 당선권으로 끌어올릴 때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 ‘간판’ 역할을 대통령이 직접 맡겠다는 각오가 전제됐다고 볼 수 있다. 집권 3년차 총선이 어차피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남은 1년 동안 국정 성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국제유가 상승 등 외생적 변수에 따른 고금리·고물가로 민생은 여전히 팍팍하고 경기는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정권의 진가를 발휘할 각종 규제 혁파 법안들은 야당 반대로 국회에 발목이 잡혀 국민 피부에 와닿는 개혁 성과는 사실상 별로 없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여당 프리미엄을 누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그만큼 총선 승리도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올 연말까지 국정 지지율이 40%선을 넘지 못한다면 김 대표 체제를 뛰어넘는 여당 혁신 카드를 고려 대상에 넣어야 한다. 김 대표 체제가 대통령 후광을 뛰어넘는 자체발광이 힘들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겠지만, 정권을 바꿀 수 없으니 당권을 희생양 삼을 수밖에 없다. 당의 극적인 변화를 위해선 ‘친윤’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비주류 인사에게 당권을 넘기고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켜야 한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영남권 의원들이 당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시나리오다. 그러나 여당이 환골탈태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등돌린 표심이 뒤돌아볼 것이며, 험지 선거구에 참신한 인재들도 영입될 것이다. 이제는 인물 경쟁력이 앞서는 후보 공천만이 원내다수 의석 확보의 중대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 수뇌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할 것이다.

권혁식 논설위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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