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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가족’-무라카미 그림-장욱진 ‘새’…경매에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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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6 16:35:56   폰트크기 변경      
케이옥션, 25일 국내외 유명미술가 작품 93점 출품

박수근의 ‘가족’ /사진: 케이옥션 제공


경제 불확실성에 미술품 같은 안전자산 수요 기대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1914~1965)은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수채화 ‘봄이 오다’로 입선하며 당당히 중앙화단에 데뷔했다. 그때 나이가 18세였다. 강원도 금성에서 시계포를 운영하며 붓을 놓치 않은 박 화백은 주로 겨울철 속살을 드러낸 나무, 노상에서 장사를 하는 아낙네, 고즈넉한 시골집 등을 소재로 서민적인 삶의 정경을 아련하면서도 따스하게 담아냈다.


강원도에서 서울 창신동으로 이사한 1952년부터 10여년 동안 ‘나무와 두 여인’, ‘절구질하는 여인’ 등 대표작 100여점을 쏟아냈다. 변변한 그림 스승 없이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그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어렵고 힘든 시대를 묵묵히 살아간 사람들의 꿈과 의지를 정직한 감성으로 화면 위에 되살려냈다. 박 화백이 1956년에 그린 ‘가족’ 역시 창신동 시절 화강암 같은 질감으로 궁핍했던 시대를 담담하게 그려낸 최고의 명작으로 꼽힌다.

박 화백의 ‘가족’을 비롯해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그림, 김환기의 점화, 정상화의 단색화, 조선시대 백자 등 국내외 미술품 93점이 한꺼번에 경매에 부쳐진다. 케이옥션이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본사 경매장에서 여는 메이저급 경매를 통해서다. 출품작 추정액만도 65억 원을 넘는다. 지난 8월 기획경매(73억 원)와 비슷한 규모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미술품과 골동품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교적 싸게 베팅할 좋은 기회다.

케이옥션은 이번 경매에 박수근의 ‘가족’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로 18.5cm, 가로 24.5cm 크기의 이 작품은 가난한 시대의 가족애, 그 속에서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묘한 울림을 준다. 황갈색이 화면 전반을 채우고 있지만 애들의 옷 색깔을 노랑, 빨강 계열로 변주해 기존 작품에 비해 한층 밝아진 느낌이다. 더구나 대상을 도드라지게 보이기 위해 즐겨쓰던 굵은 외곽선과 배경 사이 선명한 대비가 흥미롭다.

손이천 케이옥션 홍보이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고민하던 박수근의 탐구정신이 느껴진다”며 “정감 있는 깊이를 강조하기 위해 독자적인 데생력과 구성력을 추구한 것은 작가 작품에서만 엿볼 수 있는 창조적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이 작품의 추정가는 5억~8억 원이다.


장욱진의 ‘새’ /사진: 케이옥션 제공


한평생 술을 벗삼아 예술에 빠져 기인으로 살다간 장욱진 화백(1917~1990)의 수작 ‘새’도 경매에 올린다. 1989년 경기도 용인 신갈에 거주하며 작업한 대표작이다. 장 화백의 화풍은 동심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까치를 나무의 중간에 사실적으로 배치해 순진무구한 동심을 은유했다. 나무과 새, 집과 달과 해를 파격적으로 구성한 화면에는 자연과 우주, 유한과 무한이 공존하는 것 같다.

이밖에 이중섭의 1956년 작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4억 원), 이우환의 150호 대작 ‘조응’(6억5000만~9억 원),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15-VII-69 #88’(4억2000만~6억 원), 정상화의 ‘무제 94-2-5’(2억8000만~4억 원), 하종현 ‘접합 17-54’(2억5000만~3억2000만 원) 등 거장들의 작품들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입찰한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An Homage to Mangold’ /사진: 케이옥션 제공


케이옥션은 특히 일본 작가 다카시 무라카미의 ‘언 오마주 투 맨골드(An Homage to Mangold)’를 해외미술품 경매의 얼굴 상품으로 내걸었다. 추정가 5억5000만 원~7억 원에 출품한 이 작품 원근법과 시점을 해체하고 강렬한 원색 코스모스를 화면에 가득 채운 걸작이다. 활짝 핀 코스모스가 주는 친숙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낯설은 이중적 함의를 붓질한 무라카미만의 네오팝 감성이 미소처럼 번진다.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사라 모리스의 작품 ‘Japanese Bend [Knots]’,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작품 ‘덴데라 신전’(8000만~1억8000만 원)도 해외 주요작품 입찰 목록에 끼어있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운보 김기창의 ‘농악’(5500~7000만 원)과 ‘미인도’(350~1000만  원), 조선시대 후기 화가 이인문의 ‘하경산수도’(2700~6000만 원), 청전 이상범의 ‘설경산수’(350~600만 원), 소정 변관식의 ‘산수도’(800~4000만 원), ‘백자호’(700~1200만 원) 등이 눈길을 끈다.

서예 작품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웃사촌’ (1000~2500만 원)과 ‘씩씩하고 바르게 나라의 보배’(800~2500만 원), 백범 김구의 ‘백의단심’(800~2000만원)이 경매에 오른다.


출품작들은 경매 당일인 25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누구나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은 물론 전화나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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