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경남 기자] 정부가 레미콘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제고에 중점을 둔 ‘레미콘 공급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레미콘업계와 수요기관 등이 참여하는 레미콘 수급협의체를 통한 ‘우선납품제’는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반면 소규모 공공건설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한 레미콘 수급 차질과 개별기업에 대한 페널티 확대에 대해선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레미콘 조달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레미콘 공급안정성 및 품질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안정적인 레미콘 공급체계 구축 △공정경쟁 환경 조성 △품질관리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잦은 공급 차질, 불공정한 경쟁, 부실납품 등으로 낙인 찍힌 레미콘 조달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레미콘 우선납품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시멘트 부족 등으로 레미콘 생산·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면 레미콘업계는 이미 수주물량이 확정된 관급보다는 가격 등이 유리한 민수에 우선 공급해왔다. 이렇다보니 일부 공공공사 현장에는 레미콘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 탓에 공사기간 지연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레미콘 수급 차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레미콘업계와 수요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레미콘 수급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요 관급현장의 우선순위를 정해 순서대로 납품하는 우선납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납품제는 정부와 레미콘업계가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시장에서 차질 없이 작동하며 시급한 공공공사 현장의 레미콘 수급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등 원자재 수급 불안 등이 발생할 경우 레미콘을 수요에 맞춰 전량 공급하기는 어려운 처지”라며, “수급협의체에서 정한대로 긴급공사 등 중요한 공공공사 현장에 최우선으로 공급하는 방안은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선납품제 도입으로 인해 공공공사 현장의 레미콘 수급 걱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소규모·원거리 공공공사 현장에는 레미콘 수급 차질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9개 권역별로 복수조합이 수주하는 전체 물량 상한을 90%로 설정하고, 나머지 10%를 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합실적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합의 독점적인 공급구조에서 발생가능한 레미콘 공급 지체나 중단을 막고, 대체공급자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데, 문제는 소규모·원거리 공공공사 현장의 경우 대체공급자마저 외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별기업 입장에선 농로 등 소규모·원거리 현장에 대한 레미콘 공급이 효율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손을 들지 않을 수 있고, 결국 이들 현장에는 레미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납품 지체, 품질 불량 등을 일으킨 개별 레미콘업체에 대한 납품 중단 등의 불이익은 레미콘업체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액 현장이나 원거리 현장은 대체공급자도 달갑지 않은 현장인 탓에 공급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자재 등 품질의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불이익을 우선하는 제도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남 기자 knp@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