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재판관 대신 헌재소장부터 지명한 尹대통령, 이유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10-18 16:59:00   폰트크기 변경      
새 헌재소장 후보로 이종석 재판관 지명

법조계 “야당 반대 감안해 전략적 선택한 듯”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이종석(62ㆍ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관을 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동시에 그를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왔지만, 정치적 지형 등을 감안해 결국 헌재소장 후보자와 재판관 후보자를 따로 지명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헌법재판관/ 사진: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이 재판관에 대해 “지난 5년간 현직 헌법재판관으로서 뚜렷한 소신과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헌법 질서 수호에 앞장서왔다”며 “앞으로 헌재를 이끌며 확고한 헌법 수호 의지와 따뜻한 인권 보호 정신을 동시에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통합을 빈틈 없이 잘 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유남석 헌재소장의 임기는 다음달 10일까지다.

이 재판관은 2018년 10월 당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추천에 따라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으로 선출된 이후 임기를 1년가량 남겨두고 있다. 헌법상 헌재를 구성하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3명은 대통령이 지명ㆍ임명하고, 3명은 국회에서 선출,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북 칠곡 출신인 이 재판관은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육군법무관을 거쳐 1989년 인천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대전ㆍ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과거 판사 시절 ‘원칙론자’로 꼽혔던 이 재판관은 헌재 내에서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아 심리를 이끌었다.

이 재판관이 헌재소장에 오를 경우 남은 재판관 임기 동안만 소장 자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정해져 있는 반면, 헌재소장 임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관 잔여 임기’만 소장을 맡는 게 관행으로 굳어진 상태다. 5대 박한철, 6대 이진성 헌재소장과 유 소장이 재판관 임기 도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된 케이스다.

다만 헌법과 법률에 따라 헌법재판관은 연임할 수 있고, 실제로 연임한 케이스(김진우ㆍ김문희 전 재판관)도 과거 두 차례 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재판관의) 임기가 1년도 안 남았지만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라며 “(임기가) 끝나고 나서 연임하실지 벌써 말씀드리기는 빠르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재판관이 윤 대통령과 대학 동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런 것보다 어떻게 하면 헌재를 더 잘 이끌어 나가고, 역사적 소명 의식이 있는지 등을 다 봤다”며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적합하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유 소장의 후임 재판관은 지명하지 않은 채 헌재소장 자리만 먼저 채우는 쪽을 택했다. 유 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7년 11월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유 소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후임 재판관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헌재는 ‘8인 재판관’ 체제가 불가피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가능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대통령 지명 몫인 헌법재판관 자리를 비워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소장도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거쳐야 임명할 수 있다. 헌법 제111조 4항은 ‘헌재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때와 마찬가지로 이 재판관의 헌재소장 임명에 반대하는 ‘몰표’를 던질 경우 임명동의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 지명 몫의 헌법재판관 자리를 채워 놓은 상황에서 이 재판관에 대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윤 대통령의 다음 선택지는 ‘이 재판관 이외의 나머지 현직 재판관들’로 좁아지게 된다. 대통령 지명 몫의 재판관 자리가 이미 채워져 있다면 아무리 좋은 후보가 있더라도 헌재 외부 인사 중에서는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 재판관의 헌재소장 임명 동의 여부를 지켜보면서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 재판관 선출 당시에는 가결표를 잔뜩 던져 놓고 정작 헌재소장 임명에는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재판관 선출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38명 가운데 찬성 201표(84.5%)로 가결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낙마 사태를 되갚아 주기 위해 이 재판관의 헌재소장 임명에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당시 현직 헌법재판관인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당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임명동의안은 부결됐다. 김 전 재판관이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헌법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점 등을 문제삼았기 때문이었다. 김 전 재판관은 민주당의 추천으로 국회에서 헌법재판관으로 선출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lees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