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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칼럼]이승만과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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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25 04:00:13   폰트크기 변경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대통령

 지난 여름의 폭염은 지독했다. 폭염의 기준이 33도인데 이를 넘기는 것은 다반사였다. 낮 최고 기온이 37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무더위에선 부채나 선풍기는 소용이 없다. 에어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밤새 기승을 부린 열대야로 인해 하루종일 에어컨을 켠 집도 많았다. 가정마다 전기요금은 많이 걱정했을 것이다. 그래도 전기가 끊기지 않을까 걱정한 집은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전기, 도로와 같은 인프라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추석 귀향길에서도 경험했다시피 전국 곳곳 고속화 도로가 뚫리지 않은 곳이 없다. 차량이 많아 정체는 있어도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느끼는 불편은 없다. 비용이 따르기는 해도 인프라를 공기처럼 쓸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전기나 도로사정이 열악한 개도국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욱 실감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누리는 인프라는 축적의 산물이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가 하나하나 쌓은 성과다. 시대에 따라서 혹은 정권에 따라서 차이는 있을지라도 축적을 멈추지 않았다. 1950년 전국의 도로는 국도, 지방도, 시ㆍ군도를 모두 포함해 고작 2만5183㎞였다. 대부분이 비포장이었고 이것도 6ㆍ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됐다. 전기사정은 더욱 열악해 1951년 소비전력의 56.4%를 유엔이 제공한 발전함을 통해 공급받았다. 이게 70여년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초대 이승만 정부는 집권기간 다섯 번의 경제부흥계획을 세웠다. 이들 계획의 최우선 순위는 전력, 교통, 통신, 교육, 보건 등 인프라의 재건이었다. 당시는 대외원조에 의존할 정도로 국가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재정과 원조를 가리지 않고 인프라에 투자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SOC 국책사업이 시작된 것은 1949년 초다. 정부가 수립된지 반년도 안된 어수선한 상황에서다.

영암선, 영월선, 함백선 등 3대 산업철도 건설공사가 착공됐다. 인력에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건설환경에서 험준한 태백준령에 철도를 깔았다. 전원시설 확보를 위한 괴산댐과 당인리ㆍ마산ㆍ삼척화력발전소 등이 건설된 것도 1950년대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로와 교량을 복구하면서도 새롭게 1985㎞의 도로를 깔았다. 시멘트, 비료, 유리 등 산업의 바탕이 되는 기간공장도 50년대에 처음 들어섰다.

1960년대와 70년대는 경제개발의 시대다. 이때 많은 인프라가 깔렸다. 고속도로가 생겼고 대용량의 원자력발전소도 건설됐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제개발에 속도가 더해졌다. 그렇더라도 50년대 인프라 투자가 없었다면 이 시대 고도성장의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아마도 상당기간 늦춰졌을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개발을 상징하는 것이 경부고속도로다. 1968년 착공돼 2년이라는 최단기간에 428㎞의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짧은 기간 국토종단의 고속도로 건설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은 시멘트의 대량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50년대 시멘트 공장이라는 인프라가 깔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적 인물은 업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과 원균 장군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 똑같이 선무공신에 책봉됐다. 하지만 두 장군의 후대 평가는 엇갈린다. 전쟁에서의 업적이 평가를 가른 것이다. 60년대와 70년대 경제개발을 주도한 박정희 대통령의 평가는 대체로 후하다. 5ㆍ16군사정변을 통해 집권했고 유신체제를 통해 장기집권을 했음에도 경제개발의 공을 인정받으면서다.

최근 들어 이승만 초대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이뤄지고 있다. 한미동맹이나 농지개혁과 같은 공을 제대로 평가하자는 분위기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전역의 공산화를 막은 일등공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농지개혁은 사회전반을 근대에서 현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부정선거를 통해 정권을 연장하려다 4ㆍ19혁명으로 쫓겨난 대통령이라는 것만 부각돼 있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면 대한민국 인프라의 기반을 다진 공이다. 이 대통령은 원조에 의존하는 곤궁함 속에서도 인프라 확충에 공을 들였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풍요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 풍요의 시대는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70여년 축적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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