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여야가 2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대선 당시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촉발된 이른바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에도 이 대표가 연루됐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 대표 수사에 투입된 서울중앙지검ㆍ수원지검 검사가 50명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며 “검찰이 아니라 ‘이재명 특검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을 거론하며 “국민적으로 굉장한 논란과 비판을 부르고 있다”며 “국민들은 ‘그렇게 오래 수사하고 탈탈 터는데 어떻게 (영장이) 기각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의 법 집행에 예외나 성역이 없다’고 했지만, 제가 느끼기엔 예외도, 성역도, 혜택도 있었다”며 “한사람에 대한 무지막지한 검찰 탄압, 야당 탄압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상대로 “이 대표 영장이 기각된 이후 민주당에서는 ‘무죄다, 증거가 없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다는 말이 맞느냐”고 물으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가짜 커피’ 사건은 정말 결코 놓치는 법이 없이 철두철미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대선 공작으로 인해서 국민들의 표심이 왜곡될 수 있는, 결과까지 달라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중립성ㆍ객관성ㆍ공정성으로 수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가짜뉴스가 생성되자 곧바로 민주당과 이 대표가 직접 뛰어들어 확산시켰다”며 “민주당과 대선 후보가 사전에 조율하고 교감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직전 뉴스타파 등을 통해 이를 보도한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당시 뉴스타파 보도에는 김씨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부탁으로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에게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소개시켜줬고, 결국 검찰이 사건을 봐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대선 당시 경쟁 후보였던 이 대표는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조씨에게 왜 커피를 타 줬나”라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이 총장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혐의가 입증된다면 매우 중대한 혐의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서는 “증거가 갖춰지지 않으면 제1야당 대표에 대해서 영장을 청구하기 어렵다”며 “혐의와 관련해 증거가 갖춰져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은 방어권 보장을 위주로, 검찰은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위주로 봐서 달라진 것”이라며 “재판을 통해 결론이 나올 테니 상황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총장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대부분이 지난 정부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 정부에 대한 수사는 이번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이번 정부에서 그에 관여할 수도 없다. 살아 움직이는 수사를 말릴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표현을 쓰셨다”며 “저와 비슷한 고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가 취임한 이후 이 대표에 대해 새로 수사를 시작한 사건은 위증교사 단 한 건”이라며 “그 사건도 백현동 사건을 수사하다 브로커의 휴대전화에서 녹음파일이 발견돼서 수사를 시작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국감에서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개인 비위 의혹 논란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서 재계 서열 10위 이내인 A그룹의 부회장이 마련한 사적인 모임에 이 차장과 그의 가족들이 참석한 점을 문제삼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지내는 등 기업범죄를 수사했던 이 차장이 기업 관계자와 가족 모임을 가진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ㆍ수원고검 산하 검찰청 국감에서도 이 차장의 위장전입과 범죄기록 조회 등 개인 비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은 주민등록법ㆍ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차장을 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차장 관련 의혹 제기 자체가 결국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차장이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 라인에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검사도 사람이지만, 자기 손이 깨끗해야 다른 사람을 단죄할 수 있다”며 “이 차장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