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적자가 연료비 상승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런데 정답은 ‘틀렸다’이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에 세계적으로 연료비가 상승한 것은 맞다. 또 그 때문에 발전회사의 연료구매비용이 증가하고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매입하는 전력단가가 올라간 것도 맞다. 그런데 그게 주된 원인이 아니다. 주된 원인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크게 늘어나고 원자력발전량이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다.
주원인과 보조원인이 있는데 보조원인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기만이다. 그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팩트 체크(Fact check)는 통과한다. 그러나 트루스 체크(Truth check)는 통과하지 못한다.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많이 늘리고 탈원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따라야 할 사례가 아니다. 따라서 진실은 아니다.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예외적 정책이다. 국민이 3배 이상 비싼 전력요금을 치러야 하고 추위와 더위도 잘 참아내고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직장이 줄어드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면 여러 가지 비용요인이 수반된다. 우선 그 자체로 발전단가가 높다. 2022년 한전과 국가가 발전원별로 지급한 비용을 보면 알 수 있다. 킬로와트시(kWh)당 원자력은 52원, 석탄 158원, 천연가스(LNG) 239원, 재생에너지 271원을 각각 지불했다. 수치로 보면 재생에너지 전력은 원자력 전력의 5배 정도이다.
그런데 숨은 비용이 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생산을 하지 못하는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비발전기를 건설해야 한다. 통상 LNG 발전소가 이를 담당한다. 또 LNG 발전소도 적자를 보면 안되기 때문에 전력생산을 하지 않고 대기하는 동안 일정한 금액을 보전해준다.
그뿐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수시로 전력생산량이 달라지기 때문이 전력저장장치(ESS)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또 몇 배로 돈이 들어간다. 2020년 캘리포니아 정전은 태양광발전에 과도하게 투자한 결과 전력회사가 전력망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2021년 텍사스 정전은 풍력을 과도하게 투자한 결과였다.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의 간헐성에 대해 “해법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 해법들이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된다면 진실된 사람들은 “해법이 없다”고 말한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높으면 산업적으로는 해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상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항상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했다. 과소예측을 하게 되면 몇 년 후 급격히 전력생산을 늘여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건설기간이 짧은 LNG발전소가 투입된다. 거꾸로 과대예측을 하게 되면 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에도 LNG발전소가 취소된다. 원자력발전소는 건설기간이 길어서 이미 착공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는 전력수요를 과소와 과대를 번갈아 가면서 예측을 하여 장기적으로 적정한 에너지믹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20여 년간 과소예측으로 일관한 결과 우리 전력망에는 원전의 비중이 감소하고 LNG 비중이 늘어났다.
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것이다. 액화시키고 기화시키는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액화천연가스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특수한 경우만 거래되는 상품이고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 즉 가격변동이 극심한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LNG발전비중을 늘렸다는 것은 에너지 정책의 기본이 안 된 것이었다.
에너지 정책은 시장에서 연료비가 상승해도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가격의 상승이 그대로 전기요금에 반영되었다는 사실은 에너지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방증이다. 대책 없이 재생에너지를 늘이고 LNG발전비중을 높인 결과가 한전의 적자이고, 더 근원적으로는 정책수립이 잘못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발전이 전력을 동시에 한전에 판다면 한전은 어떤 전기를 사서 공급해야 적자를 면할까? 당연히 5배가 싼 원전전기이다. 그런데 지금 ‘전력시장운영규칙’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게 바뀌지 않는 한, 한전은 적자를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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