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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연장 불발로 실효된 워크아웃법, 회생절차법에 치여 ‘재입법’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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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25 04:00:18   폰트크기 변경      
신규자금 지원에는 ‘워크아웃’, 광범위 채권 정리 위해선 ‘회생절차’ 각각 유리


워커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 15일 일몰돼 효력을 잃은 가운데 향후 재입법이 이뤄져 워커아웃제도가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는 워커아웃 제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아 재입법에 난항이 예상된다.

기촉법은 채권은행 주도로 ‘금융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공동관리절차(일명 ‘워크아웃’)’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부실징후기업은 주채권은행이 외부로부터 추가적인 자금유입 없이는 정상적인 채무이행이 어려운 상태에 있다고 판단한 기업으로, 신용위험평가 결과 C와 D 등급 기업을 뜻한다. 해당 기업의 금융채권자로 구성된 금융채권자협의회 의결(총금융채권액의 4분의 3 이상 보유한 금융채권자 찬성 필요)로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되면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이 법은 2018년 10월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됐으나 시한이 끝나는 이달 15일까지 ‘일몰 연장’을 위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실효 상태에 있다. 하지만 기촉법은 2001년 8월 5년 한시법으로 처음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오면서 제때 기한연장이 이뤄진 사례는 1번에 그치며, 나머지는 기한 만료로 2~6개월간 실효됐다가 재입법된 경우로 4번이나 된다. 이번에 실효된 법도 4번째 재입법에 해당된다. 생명력이 질긴 법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부실징후기업이 기촉법을 적용받아 워커아웃에 성공한 사례도 많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법적 효용성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기촉법의 ‘일몰 연장’ 내지는 ‘상시법으로 전환’이 쉽지 않은 이유는 법원이 주도하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근거법인 ‘채무자회생법(일명 통합도산법)’이 상시법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기촉법이 1997년 IMF 위기 상황에서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할 목적으로 탄생한 한시법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명분론에서 기촉법의 입지는 좁은 셈이다. 법원행정처가 “기촉법은 사적자치의 원칙 위배, 재산권 침해, 평등권 저해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일몰 연장 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워크아웃은 회생절차와 달리 낙인효과가 없어 상거래를 지속할 수 있고, 수주산업의 경우 회생절차는 계약해지 사유인데 워크아웃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수출기업 경우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LC(신용장)거래가 중단이 되는데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유지할 수 있다”면서 효용론에 근거해 기촉법을 옹호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에서 기촉법 개정안 심사 때 일몰 연장에 반대했던 의원들은 명분론에 근거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세계경제대국 반열에 올라간 대한민국의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을 이렇게 계속 누더기로 이어간다는 데 일단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한시법으로 제정된 후에 재연장이나 재입법을 통해 사실상 영속법의 길을가고 있는데 그때마다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한계기업 등 명분은 계속 나와 공포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법원의 의견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법원에 의한 것이어야 된다는 기본원칙 때문에 위헌성의 소지가 있다고 나온다”면서 “근원적인 해결책은 기촉법 조항들을 통합도산법에 포함시켜 법원의 판정에 의해 재산권을 조정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일몰 연장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워크아웃) 제도는 기본적으로 아웃오브코트(out of court) 개념으로 법원에서 벗어나 있는 구조조정체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IMF가 그 유연성 때문에 이 체제에 점수를 엄청 높게 주고 있다”면서 “이 길을 막아버려 못 지나가게 되면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길 수 있다”면서 기촉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도 “법원의 회생이나 파산은 채권단이 자기 몫의 돈을 받아가는 게 목적이고, 기촉법은 구조조정하는 기업의 재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필요하다”면서 “한시법을 상시법으로 만드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여당 의원들은 기촉법 시한 연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야당 의원들은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엄밀히 따져 여야 간의 문제는 아니다. 정무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김종민 의원도 지난 5월  법 시한을 5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던 또다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한시법이든, 상시법이든 재입법을 위해선 새로 법안이 발의돼야 하고, 다시 정무위 법안소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때문에 재입법 여부는 워크아웃에 부정적인 의원들의 입장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취약업종 중심으로 워크아웃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를 대체할 제도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재입법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대종 교수(세종대 경영학부)는 전화통화에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주체이기 때문에 정치권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부실징후기업이라도 워크아웃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치면 건실한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기촉법 재입법을 지지했다.


신규자금 지원 ‘워크아웃’, 광범위 채권 정리 ‘회생절차’ 각각 유리

국내에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제도로 크게 3가지가 운용되고 있다. 채권은행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공동관리절차),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이 그것이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은 채권은행 주도의 사적(私) 구조조정으로 분류되며, 회생절차는 법원 주도의 공적(公的) 구조조정이다.

자율협약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인한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채권단과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어 실시하는 구조조정이다. 자율협약이 체결되면 채권은행은 기존 부채에 대한 일괄적인 만기연장, 추가 자금 대출 등 지원책을 실행한다. 해당 기업은 자산 매각이나 인력감축 등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한다. 자율협약은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 후유증이 상대적으로 적으나,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보다 구조조정 효과가 낮을 수 있다.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는 △실사를 통한 회생 가능성 평가 △기업개선계획 또는 회생계획 수립 △채권자 결의 등 정상화를 위한 기본 절차는 사실상 동일하다. 하지만 조정 대상 채권의 범위와 신규자금 지원 여부에서 차이가 난다.

대상 채권 범위에서 회생절차는 금융채권, 상거래채권, 해외채권뿐 아니라 악성계약에 따른 우발부채 등 국내외 모든 채권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워크아웃은 금융채권만 대상으로 하며 상거래채권, 우발부채 등에 대해선 조정이 불가능하다. 부족자금은 자구노력 등을 통해 해결 가능하나 우발부채 등 비협약채권이 많아 강제적 채무조정이 필요한 기업에는 회생절차가 유리하다.

반면 신규자금 지원 면에선 워크아웃이 유리하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 공동으로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어 경영정상화 선결요건인 영업활동 유지가 가능하다. 반면 회생절차는 채권금융기관의 신규자금 지원이 사실상 어려워 영업활동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우발부채 비중이 낮으면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을 통하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부실기업 아닌 정상기업 사업재편 위한 ‘기업활력제고법’

기업구조조정 제도 가운데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법률도 있다. 2016년 2월 ‘3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그해 8월 시행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 그것으로, 일명 ‘원샷법’으로도 불린다.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 및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상법 상 소규모합병, 간이합병, 채권자보호절차, 주식매수청구권 등에 대해 기활법은 특례를 두고 있다. 소규모분할제도도 도입해 조직재편 절차 및 요건을 간소화했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에 대한 특례도 있고, 세제 및 자금지원 조항도 담고 있다.


2019년 8월 법 개정을 통해 일몰 기한을 2024년 8월까지로 5년간 연장하면서 적용범위도 기존의 ‘과잉공급 해소를 위해 사업재편을 하는 기업’에다 ‘신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재편을 하는 기업’, ‘산업위기지역 주된 산업에 속해 지역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사업재편을 하는 기업’을 추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다시 법이 개정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재편을 하는 기업’, ‘탄소중립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재편을 하는 기업’도 적용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일몰기한을 2026년 8월까지 2년 연장하는 법안(구자근 의원 발의), 한시법을 아예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법안(강기윤·박수영·신영대 의원 각각 발의) 등은 심사가 안됐다. 일몰이 가까워지는 내년 상반기에나 본격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같은 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재입법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권혁식 기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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