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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건설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중동에서 새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며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 임직원을 격려하고,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의 변화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 구간을 시공 중이다.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구간으로, 현대건설은 다양한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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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사우디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 외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정 회장은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CKD(반조립제품)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는 이곳에 전기차를 포함한 연간 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신규 수요를 적극 창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 확대 및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역대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밖에도 현대건설은 중동 5개 국가에서 건축, 오일ㆍ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총 26조3000억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 대규모 가스전 프로젝트 수주전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 현지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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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현대로템도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이 발주한 7557억원 규모의 카이로 2ㆍ3호선 전동차 공급 및 현지화 사업을 확보한 것이다. 수소 기반 친환경 철도차량 기술력을 토대로 중동 철도 인프라분야 진출도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판재ㆍ봉형강ㆍ강관 등 다양한 에너지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중동에서 도로ㆍ항만 등 산업 인프라와 전기차를 비롯해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선대회장의 도전 DNA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현대차그룹만의 헤리티지로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동은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지역으로 현대차그룹에게 의미가 남다른 지역이다.
선대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중동신화의 주역이 됐다. 특히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최근에도 중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선대회장께서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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