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1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선친의 2주기 추도식 이후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언급하며 변화와 각오를 다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며 ‘초격차 기술’ 연구ㆍ개발과 우수 기술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그 행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지난해 10월27일 전후의 행보에서도 초격차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취임 직전에는 반도체와 바이오를, 취임 다음날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광주 사업장과 지역 협력업체를 방문하는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인재ㆍ기술 투자 중심의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 지난 2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 천안ㆍ온양 사업장, 구미 스마트시티, 화성 반도체 연구소, 삼성SDI 수원 사업장 등을 방문하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올해 3월과 지난 19일에는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당부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재계에서는 지난 1년간 이 회장의 경영 행보는 △끊임없는 혁신 △기술 선제 투자라는 키워드로 초격차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반도체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도 기술투자의 속도는 늦추지 않았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95%가량 감소했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15.2% 늘렸다. 시설 투자도 같은 기간 대비 18% 늘리며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인 14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향후 20년간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계획도 꺼냈다.
특히 중소ㆍ중견 기업과의 상생 및 산업계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대통령 순방 동행 및 해외 사업장을 누비며 미래 전략 구상도 지속하고 있다.
이 회장 취임 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방위 동맹’이다. 재계의 대표적인 ‘앙숙’ 관계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최근 배터리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미래차 동맹’을 맺었고, 가전ㆍ휴대전화 등 전자 분야에서도 라이벌 관계였던 삼성전자와 LG도 디스플레이를 통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관계 구축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 교류회를 이 회장이 직접 주재하며 기술 중시 경영과 네트워크 확장 의지도 재확인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사업장을 찾아 첨단 기술 전략을 직접 챙기며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복합위기를 맞은 한국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재와 기술을 중시해온 이 선대 회장의 ‘유산’”이라며 “3년상을 치른 이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는 27일, 선대 회장의 ‘신경영’ 철학을 계승한 새로운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해 27일 회장 취임 당시에 이어 올해도 취임 1주년인 27일 재판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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