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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발굴현장 보존-보상 병행돼야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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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29 15:40:55   폰트크기 변경      
매장문화재 건설법무학 박사 1호 김범수 중앙대 외래교수

김범수 중앙대 외래교수가  30일 서울 경운동 사무실에서 매장문화재 발굴에 ㄷ라은 재권권 제한과 건설들의 피해 보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경갑 기자


국내 첫 ‘손실보상 문제’ 다룬 논문…건설·문화계 “혁신적 연구” 평가
개발 시행자 조사비용 일체 부담…유물 훼손·은폐 부작용 초래 지적
해외선 발굴조사 비용 반반 부담…문화재 가격 50% 보상금도 지급
토지주에 세제혜택 등 고려할 만…“관련법 개정 위해 정치권 설득할 것”


대학에서 부동산을 전공했다. 젊은 시절 건설이나 부동산 분야로 만족하기엔 가슴이 너무 뜨거웠다. 고미술 사업을 하시는 부친(김종춘 다보성 회장) 덕분에 어려서부터 매장문화재 보상과 관련된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문화유산의 발굴사업에 마음이 더 쏠린 까닭이다. 30대 초반부터 전국 개발사업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문화재 발굴 연구에도 적극 나섰다.

2020년 광운대에서 박사학위 논문 ‘매장문화재 발굴에 따른 재산권 제한과 손실보상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결과로 이어졌다. 학계에서는 건설현장에서의 문화재 발굴 손실보상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논문이란 평가를 받았다.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입법 제안까지 담아 건설업계 뿐만아니라 문화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국내 매장문화재 분야 건설법무학 1호 김범수 중앙대 외래교수(46)의 이야기다.

30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문화재 발굴에 따른 재산권 제한과 손실보상에 관한 혁신적인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문화재 보전과 건설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안 마련에 정치권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건설법무학회 편집상임이사와 한국부동산학융복합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인 그가 이처럼 건설현장의 문화재 발굴사업 보상에 관련된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연구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국 주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 때문에 공사가 늦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그는 “문화재 발굴은 극단적 양면성을 가진다”며 “누구나 ‘발굴 대박’을 꿈꾸지만 한편으로는 건설사업을 방해할지 모른다는 경계심도 늦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21년 5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문화재발굴 현장에서 시민들이 조선시대 육조거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제공

실제로 건설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재 출토 인해 사업자와 정부 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남양주 진접 및 양주 회천의 공공임대주택·건설 사업이 문화재 발굴 조사가 늦어지면서 준공 시기를 6년 가량 늦췄다.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의 공공임대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 일정이 지연되면서 서민 주거난 해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국력이 소모되는 형편이다. 김 교수는 특히 사업장에 발생되는 매장문화재 소송의 경우에도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매장문화재 발굴될 경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은 대부분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면서 “더구나 발굴조사 현장에서는 발굴조사 비용 일체를 개발사업 시행자가 부담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건설 공사 중에 발견된 문화재에 대해 국가에 신고하고(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장 31조 6항) 발굴 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며, 문화재가 출토될 경우 이를 모두 국가에 귀속하도록 돼 있다. 김 교수는 “개발사업 시행자가 발굴조사 비용 일체를 부담해야 함은 물론 공사 지연에 따른 사업비용 증가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정당한 보상 없이 재산권 제한만을 강제하다 보니 공사현장에서는 유물이 발견되면 문화재청이나 지자체에 신고 하지 않고 유물을 훼손하거나 은폐하는 불법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막기 위해 문화재 발굴조사 비용을 개발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규정이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문화재 발굴로 인해 재산권의 제한을 받는 국민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매장문화재 보호를 위한 보존조치로 인해 재산권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토지는 세제감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여기에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된 토지는 국가가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이 필요하다 점도 덧붙였다. 


“현행 매장문화재법을 보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고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은 면적 등에 관계없이 국가와 개발사업자가 2분의1씩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토지의 소유주나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발굴된 매장문화재 가격의 2분의1에 상당하는 액수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보유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상금액에 상당하는 범위 내에 발굴된 유물의 일부를 돌려주는 양여 보상 규정도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기준 마련을 위해 영국과 이탈리아ㆍ대만ㆍ일본 등 해외 사례를 집중 조사했다고 한다. 해외 다른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손실보상 방안을 연구하고 개선해 왔지만 한국은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아직 진행 중에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손실보상 방안에 대한 연구나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면서 대안 제시도 놓치지 않았다.


“재원 확보를 위해 문화유산 복권기금의 도입과 특별부담금·목적세 도입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문화유산 보호, 문화유산 관련 교육 및 고용창출, 문화재 발굴, 토지소유자에 대한 보상비용 등으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김경갑 기자 kkk10@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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