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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A321NEO / 아시아나항공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ㆍ강주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추진이 난기류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의 시정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매각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께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8시간 가까이 격론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표결을 완료하지 못하고 정회했다.
이사회에는 원유석 아시아나 대표이사(사내이사)와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인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이사회 구성원 중 한명인 사내이사 진광호 안전ㆍ보안실장(전무)는 이사회 직전 돌연 사임했다.
이사회에서는 화물사업 매각을 두고 이사들 간에 의견 차가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부 이사들은 화물사업 매각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노조, 전 사장단 등 직원 반발과 함께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 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연매출 3조원을 달성, 올해 상반기에도 7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경영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알짜 사업을 매각할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이사회서 분리매각 결정을 할 경우 배임 등의 혐의로 이사진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인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이해충돌 소지도 논란이 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법률 자문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정관에는 ‘이사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전 임직원의 안정적 고용 보장과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모든 안건에 대해 토의를 거쳐왔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화두가 된 화물사업부 매각이 포함된 시정조치안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물론 아시아나항공 임원 및 노동조합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등 해당 안건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했다”라며 “11월 초 정회된 이사회를 다시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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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보잉787-9 / 대한항공 제공 |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에서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추진 역시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애초 대한항공은 이달 말까지 EU 집행위원회에 시정조치안을 내기로 했는데, 기한 내 제출을 위해서는 이날까지 아시아나항공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EU 집행위원회 측에 양해를 구하고 시정 조치안 제출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엔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애초에 화물사업 매각 자체가 두 회사의 합병이 유럽 화물노선 독점이 우려된다는 EU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를 해소할 방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김희용ㆍ강주현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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