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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서울 메가시티’ 승부수, 갈 길 멀다…최후에 누가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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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07 06:00:42   폰트크기 변경      
직전 사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순탄치 않아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최근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나서자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 정국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특위를 구성하고 특별법 발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서울 메가시티론’까지 제기하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 그에 맞서 민주당은 “정치적 이익에 매몰된 전략적이고 경박한 선거전략일 뿐”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서울 편입 가능성에 쏠리는 지역민 시선을 차단하는 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경기도 김포시가 서울특별시에 편입되기 위해선 통상적으로 ‘구역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구역 변경을 위해선 관계 지방의회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주민투표로 대체할 수도 있다. 최종 절차는 ‘관할구역 변경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앞서 경북 군위시의 대구광역시 편입을 위해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1994년 12월 경기도 강화군 및 웅진군이 인천광역시로 편입하고 경북도 달성군이 대구시로 편입될 때도 관할구역 변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에는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해야 편입이 완료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역대에 행해진 구역 변경 절차의 주체는 국회가 아니라 해당 지자체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는 것이다. 기초 및 광역 지자체장들이 ‘지방의회 의견 청취’ 형식으로 각 의회 지지를 얻은 뒤 행안부 장관에게 관할구역 변경을 건의하면 장관이 국회에 정부입법으로 관련 법안을 제출해 통과하는 것이다. 지방의회 지지가 여의치 않으면 주민투표로 대신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지역 민의 수렴’에 해당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지역 민의를 확인하는 절차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법 발의’를 거론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를 건너뛰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서울 메가시티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특별법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 과반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법안이 발의되면 찬성 여론 조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법안 자체는 여소야대 판도에서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에는 국민 여론으로 야당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데, 김포시를 내놔야 하는 경기도 지역 민심이 최대 변수다.

앞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과정에서 경북도의회가 흔쾌히 찬성 의견을 내지 않아 그것과 연계된 신공항사업이 좌초위기까지 갔다. 국민의힘 의원이 도의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같은 당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공동으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지지한다고 서명까지 한 상태였지만 소용 없었다. 도의회는 첫 안건 상정에선 찬반 의견을 안 냈다가 두 번째 상정에서 가까스로 찬성 의결했다. 군위군 포기에 대해 남은 도민들 사이에 거부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민의 수렴의 일환으로 경기도의회에 김포 서울 편입 건이 상정된다면, 경북도의회 장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알짜 지자체를 서울로 넘겨주면 도세(道勢)는 이래저래 축날 수밖에 없고 남은 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뒤따를 수 있다. 도의회 의석분포가 국민의힘 78명, 더불어민주당 77명이지만 김포 외 도민들 사이에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면 국민의힘 도의원들도 중앙당과 보조를 맞추기 어렵고,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이번 사안이 총선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나친 정략적 접근은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우에 따라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전화통화에서 “서울이 거대도시로 갈 때 국가 경쟁력 제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면서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의 메가시티 조성도 함께 공을 들여야 하고, 통합 대상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직전 사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어떤 절차 밟았나

지방자치법 제5조는 행정구역 조정 종류로 지자체의 ‘명칭 변경’,‘폐지’, ‘설치’, ‘분리’, ‘통합’, ‘구역 변경’ 등 6가지를 예시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남구를 미추홀구로 바꾼 게 명칭 변경이고, 마산시·구 창원시·진해시의 폐지와 통합 창원시 설치, 논산시에서 계룡시 분리 등도 각 사례다. 통합은 서로 대응한 지자체가 합치는 것을 말한다. 1995년에 단행된 도농통합이 대표적인 예이며, 2010년 마ㆍ창ㆍ진 통합과 2014년 청주시-청원군 통합도 같은 사례다.

반면 대도시가 주변 지역을 흡수하거나 기초지자체가 인접한 타 광역지자체 산하로 흡수되는 것을 ‘합병’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법 상에는 ‘구역 변경’에 해당한다. 1963년 ‘서울 대확장’을 비롯해 1995년 이전까지 추진된 특별시·광역시 확대 등은 대도시가 주변 지역을 흡수한 예다. 송정시·광산군의 광주시 편입, 강화군·옹진군의 인천시 편입,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등은 기초지자체가 광역지자체에 흡수된 사례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2020년 7월30일 대구시장 경북지사 대구시의장, 경북도의장, 대구경북 국회의원 등이 작성한 공동합의문에서 ‘지방자치법과 관련 절차에 따라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군위군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신청을 위한 공동 후보지로 의성군 비안면과 함께 군위군 소보면을 내놓은 데 대한 반대급부였다.

군위군은 같은 해 8월 13일 군의회에서 ‘대구시 편입을 위한 관할구역 변경’에 대한 찬성 의견을 청취한 뒤 8월 18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이를 건의했다. 이어 대구시의회는 2021년 6월 30일 군위군 편입을 위한 대구시 관할구역 변경안을 찬성 가결했고, 대구시는 7월 13일 행정안전부에 이를 건의했다. 경북도의회는 9월2일 관할구역 변경안이 처음 상정됐을 때 찬반 결론을 내리지 못해 ‘찬반 의견 없음’으로 입장을 냈다. 그러자 군위군의회를 비롯해 주위 반발이 거세지자 도의회는 10월 14일 안건을 다시 표결에 부쳐 찬성 36표, 반대 22표, 기권 1표로 찬성 의견을 냈다. 경북도는 다음날인 10월 15일 행정안전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제출했다. 행안부는 이듬해인 2022년 1월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그해 12월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3년 7월 1일부터 법이 시행되면서 대구시 군위군이 정식 출범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주체적 역할은 지자체와 행안부가 맡았다.


‘김포의 서울 편입’ 촉발한 ‘경기북도 분리’ 관련 법안 내용은?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김동연 경기지사가 자신의 선거공약에 따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한 것이다. 국회에는 이와 보조를 맞춰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3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 2월 발의된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정부시을)법안과 4월에 각각 발의된 같은 당 최춘식 의원(포천시가평군)법안,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동두천시연천군)법안 등이 그것이다. 김민철 의원과 김성원 의원은 21대 국회 초인 2020년 6월 앞다퉈 ‘경기북도설치법안’을 발의했는데, 김 지사의 ‘특별자치도 설치’ 추진을 계기로 법명을 바꿔 다시 발의한 것이다. 특히 김성원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어 국회 최초로 ‘경기북도’ 법안을 발의한 주인공이다.

현재 주목받는 3법은 모두 법명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본문에도 유사한 조항들이 많다. 3법 모두 경기북부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도록 정부의 직할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토록 했다. 기존의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에 이어 5번째 특별자치시·도가 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포함될 시ㆍ군으로 김민철·최춘식의원안은 고양시·의정부시·남양주시·파주시·구리시·포천시·양주시·동두천시·김포시·가평군·연천군 등 11개 시·군을 꼽았다. 반면 김성원의원안은 김포시를 제외한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목하고 김포시는 경기남부지역으로 분류했다. 경기남부지역 관할 지자체 명칭에 대해서도 김민철·최춘식의원안은 ‘경기도’를 유지했으나, 김성원의원안은 ‘경기남도’로 바꿨다. 이들 법안은 모두 지난 6월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곧바로 소위로 회부됐으나 이후 전혀 진척이 없다.

권혁식 기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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