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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거짓과 허위가 난무하는 사법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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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20 24:59:48   폰트크기 변경      

흔히 법조인은 거짓말 속에 살아가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다. 검사나 판사 또는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많은 사건관계인들이 명백한 사실을 아니라고 잡아떼고 증거를 제시해도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허위증거를 만들어 속이려 하는 경우를 경험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물론 보통사람들이 수사를 당하는 입장이나 송사에 휘말리는 입장이 되어 보면 거짓말이나 허위증거를 들이대서라도 처벌받지 않거나 송사를 이기려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법시스템에서는 그러한 거짓과 허위가 너무 일상화되고 만연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고소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타인을 허위사실로 고소하는 무고죄로 연간 5000건 이상의 입건되는 것에 더해 법정에서 거짓말하면 처벌받겠다고 선서를 한 증인이 위증죄로 매년 약 1500여명 이상이 재판에 회부되고 있다. 이미 민사법정에서는 선서한 증인의 증언도 믿을 수 없다며 서류증거와 같은 물증위주의 재판이 된 지도 오래라는 법관들의 한탄도 들려온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타인의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기관에서 허위진술을 하는 사례는 통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반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에 비해 특히 정직하지 않다거나 거짓말을 잘한다는 말이 아니다. 거짓과 허위를 방관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 사법시스템에서는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증거를 만들어 남을 속이려는 행동의 대가와 불이익이 매우 적다. 즉 거짓말과 허위에 지나치게 관대한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내가 지은 죄를 숨기려 증거를 없애고 훼손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심지어 나와 관계없는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하거나 죄를 숨겨주려고 검찰이나 경찰에서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또한 실제 사법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고와 위증, 증거인멸의 실태에 비해 적발사례가 대단히 적고 처벌 또한 미온적이기 그지없다.

사법시스템에서의 거짓과 허위를 방치하고 조장한 결과는 무엇인가. 실체적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결론을 왜곡해 정의롭지 않는 결과를 도출하게 하고 이는 국민들의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과 조롱을 가져온다.


또한 거짓과 허위는 사법에서 시간 지연과 비효율을 가져와 종국에는 사법의 기능이 상실되고 사회적 갈등 조정과 부정부패 해소, 질서 유지라는 중요한 구심력을 잃게 되어 사회 전반에 부패와 무질서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법기관에서의 거짓말에 대하여 우리나라같이 관대한 국가는 별로 없다. 미국에서도 범죄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허위진술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면 사법방해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해도 처벌을 받는 등 광범위한 사법방해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 대부분이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거짓과 허위를 방치할 것인가. 우리 사법시스템에서의 거짓과 허위는 이미 허용한계선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야당 대표까지 위증교사로 기소가 되는 사태에 이르렀겠는가. 사법시스템에서 획기적으로 거짓과 허위를 추방할 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그 시작이 최소한 수사기관에서 허위진술과 증거조작 또는 그러한 시도를 하는 참고인을 처벌하는 한국형 사법방해죄의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수사 편의주의식 발상이라거나 인권침해적 권한이라는 편협한 주장으로 만연한 거짓말과 허위를 옹호해서는 안된다.

필자가 수년 전 싱가포르의 반부패수사조직인 탐오조사국(CPIB)을 방문했을 당시 탐오조사국의 한 간부는 혁혁한 반부패성과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 해답은 싱가포르 형법의 사법방해죄라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사법방해죄의 도입이 절실한 이유는 검경수사권조정으로 인해 검사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이 약화됨에 따라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졌다. 이제 여러차례 개정을 통해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가 많이 향상된 만큼 이에 상응하여 사법의 효율을 높이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사법방해죄 신설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정직성과 도덕성을 한 단계 높이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이동열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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