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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ㆍ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중 간 군사대화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미중 정상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고위급 소통과 실무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1년 만에 열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관통한 키워드는 ‘구동존이(求同存異)’였다는 평이다. 양 정상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충돌은 막고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 일부 합의를 도출했다.
군사대화 재개 합의와 함께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던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군사 연락을 재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어느 한쪽의 중대한 오판은 중국이나 다른 주요 국가들과의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와 시 주석 간을 포함해 양국 간 개방된 소통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양국 간 고위급 외교를 계속 유지하고 추진할 것”이라며 정상 간 ‘핫라인’ 재개 등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군사당국 간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매우 분명하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미중은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군사대화 재개 합의와 함께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던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인 마약성 진통제로, 그간 미국 정부는 중국에 펜타닐 대응에 있어 협력을 요구해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펜타닐 원료를 만드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이날 정상 간 합의는 양국 관계를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전으로 돌려놓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미국과의 대화와 협력 채널을 대거 단절한 바 있다. 양국 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 형사사법 협력, 다국적 범죄 퇴치 협력 등과 함께 마약 퇴치 협력도 중단했다.
양 정상은 대만 문제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선 입장 차를 재확인하면서도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회담 후 성명에서 중국 내 신장과 위구르, 홍콩 등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에 우려를 제기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이 수년간은 대만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대만과 평화 통일을 바란다면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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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회담한 뒤 나란히 산책하고 있다. /로이터ㆍ연합 |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와 관련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국민 간 교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으며 △미중 항공운송협정의 완전한 이행 회복 △내년 초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의 대폭 증편 △양국 간 교육ㆍ학생ㆍ청소년ㆍ문화ㆍ스포츠ㆍ사업 교류의 확대 등을 격려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항행과 비행의 자유 △국제법 준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등을 강조했다.
미중 정상이 관계 안정화에 한발을 내디딤에 따라 한중관계도 개선 흐름을 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르면 12월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와 시 주석의 방한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단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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