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인요한과 ‘회동’ 후 혁신안 수용 여부 주목
공관위로 공 넘길 경우 혁신위 동력 위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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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중진·친윤계’를 향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음에도 당사자들은 좀처럼 꿈쩍 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혁신위의 용퇴 요구에 중진·친윤계가 응답할지 주목된다.
인요한 혁신위는 4호 혁신안으로 ‘전략공천 원천 배제’ 카드를 꺼냈다. 이는 앞서 중진·친윤계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내놨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그동안 당을 장악해 왔던 지도부 및 친윤 주류들의 반발도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혁신위는 지난 17일 4호 혁신안으로 모든 지역구에서의 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상향식 공천으로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득권을 가진 중진·친윤 인사들이 물러난 자리에 또다시 대통령실 출신 측근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인요한 위원장은 “중진 희생 없이는 혁신할 수 없다”며 거듭 용퇴를 요구했다. 이들의 불출마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구에서 경선을 하더라도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기 해체설’까지 거론하며 지도부와 갈등 양상을 보인 인 위원장은 지난 17일 김기현 대표와의 회동으로 갈등설은 일단 봉합한 모양새다. 이날 만남으로 어깨에 짐을 더 얹은 것은 김 대표 측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 지도부의 혁신안 수용이 미뤄지는 것에 대한 인 위원장의 지적에 김 대표는 공감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당의 절차를 따라야 하는 측면도 이해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혁신위의 제안을 계속해서 지지부진 미루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당내 일각에선 혁신위 활동의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또다시 ‘윤심’이 개입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당무 개입 막으러 온 의사가 당무 개입을 처방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요한 혁신위는 총선 예비등록 이전인 12월 초까지 중진·친윤 인사들의 결단 압박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에 대해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이종찬 광복회장 등 당 원로들도 지지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혁신위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 인선을 굉장히 잘했는데 힘을 안 보내주면 안 된다”며 “힘을 보태줘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당에서 특별히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친윤계 의원들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을 찍어서 공격하는 건 아니고 당을 전반적으로 혁신적인 분위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김기현 대표가 이대로 뭉개면서 혁신위가 발표한 4호 혁신안 의결을 결국 12월 초 출범을 예고한 공천관리위원회로 넘기게 될 경우, 혁신위는 움츠러들 수도 있다. 공관위에서 혁신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결국 혁신위 활동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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