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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우위’ 헌재… 중도ㆍ보수 재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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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19 16:41:40   폰트크기 변경      
尹, 정형식 헌법재판관 지명 영향

‘보수 성향 원칙주의자’ 안팎서 정평
文정부 시절 임명된 재판관 6명도
현 정부 임기내 교체… 보수화 전망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정형식(62ㆍ사법연수원 17기) 대전고등법원장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기존에는 진보 성향이 우위였던 헌법재판소의 이념 지형이 중도ㆍ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인 사건이나 사형제 관련 헌법소원 등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서 앞으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 대통령실 제공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유남석 전 헌재소장의 후임 재판관으로 지명한 정 후보자는 법조계 안팎에서 ‘보수 성향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실은 정 후보자 지명 당시 “해박한 법리와 공정한 재판 진행으로 정평이 난 법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 헌법은 헌재를 구성하는 9명의 재판관 중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은 국회에서 선출,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른바 ‘3:3:3 원칙’을 두고 있다. 지명ㆍ선출권자와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인사가 헌법재판관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이후 헌재 재판부는 ‘5대 4’로 진보 우위 구도를 이어오면서 여야 간의 입법 충돌 등 정치적인 사건의 심리ㆍ결정 과정에서 ‘진영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다.

최근 국회 다수당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른바 ‘방송3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헌재로 이어진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결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 전 소장과 김기영ㆍ문형배ㆍ이미선ㆍ정정미 재판관 등 5명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반면, 이은애ㆍ이종석ㆍ이영진ㆍ김형두 재판관 등 4명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유 전 소장의 후임으로 정 후보자가 임명돼 무게 추가 중도ㆍ보수 쪽으로 기울어지면 권한쟁의심판 등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게 된다.

최근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철회와 관련해 권한쟁의심판을 냈는데,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탄핵ㆍ정당해산심판 등 다른 헌법소송과 달리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수(5명)의 찬성으로 인용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던 나머지 재판관 6명도 현 정부 임기 내에 모두 교체되는 만큼, ‘헌재의 보수화’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할 뿐만 아니라 여당 역시 대통령과 코드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대통령 지명 몫 이외의 재판관 인선에도 입김을 미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내년 9월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은애 재판관을 시작으로 그 다음 달에는 국회 선출 몫인 이종석ㆍ이영진ㆍ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끝날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도 2025년 4월 끝난다.

특히 국회 선출 몫 재판관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 결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9명 중 국회에서 3명을 선출한다’고만 규정할 뿐, 국회 몫의 재판관 추천이나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국회 선출 몫인 재판관은 기존에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지난 2016년 20대 국회 당시 정치 지형이 ‘여소야대’의 다당제 구조로 재편된 이후에는 여당이던 민주당(김기영)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종석), 원내 3당이자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이영진)이 각각 1명씩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했다.

A 전 헌법재판관은 “헌재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릴 때 매번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현행 재판관 임명 방식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재판관 지명을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사 출신 인사가 유 전 소장의 후임으로 지명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정 후보자 지명에 따라 헌재는 현직 법관 출신들로만 재판부 구성을 이어가게 됐다.

앞서 지난 4월 변호사 출신인 이석태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정정미 재판관이 취임한 이후 헌재는 198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모든 재판관이 현직 법관 출신들로만 채워져 있는 상태다.

한편 서울 출신인 정 후보자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2019~2021년 서울회생법원장을 지낸 뒤 일선 재판부로 복귀해 수원고법 부장판사로 일하다 올해 2월부터 대전고법원장을 맡아왔다.

정 후보자는 법원 내 ‘형사재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다만 이 회장의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됐고,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병역과 관련해 정 후보자는 1986년 만성골수염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대통령ㆍ대법원장 지명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되고, 국회 임명 동의는 필요 없다.


반면 국회 선출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별도로 구성되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인사청문 절차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본회의 표결 절차를 통과해야 임명할 수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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