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백경민 기자] 월곶-판교 복선전철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의 대어급 건설사업관리 물량이 발주된 가운데, 부실한 건설사업관리계획 검증 절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가 건설사업관리계획에 대한 관련 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지만, 사실상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관계기관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월곶-판교를 시작으로 GTX-BㆍC노선 건설사업관리에 대한 입찰공고가 잇따라 이뤄진 데 이어, 조만간 종합기술제안서 평가 절차에 돌입한다. 인덕원-동탄 건설사업관리는 조만간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한경제>가 이들 사업에 책정된 대가를 비교ㆍ분석한 결과, 총 13개 공구 중 7개 공구가 사전규격공개에 명시된 금액보다 1~3% 수준으로 줄었다. 5개 공구는 모두 1%가량 올랐고, 1개 공구는 그대로 발주됐다. <표 참조>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사업마다 획일적으로 줄거나 오르는 것은 아니고, 사전규격공개부터 용역 발주 단계 사이 수많은 검토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검토하는 과정 중 불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비 감액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관련 법에 명시된 건설사업관리계획 수립 관련 절차가 무시되다시피 진행됐다는 점이다.
시공 단계의 건설사업관리계획은 건설기술진흥법에 명시된 검토 과정 중 하나다. 건설엔지니어링협회는 건설사업관리계획에 담긴 기술자문위원회의 심의 내용을 비롯해 배치 계획서와 가용 인력, 소요 인력 및 대가 산정 내역 등을 토대로 관련 법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협회는 앞서 월곶-판교, 인덕원-동탄, GTX-B노선 건설사업관리계획에 대해 미준수 보완 요청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정된 대가가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심지어 GTX-C노선은 관련 자료 미비로 반려됐지만, 철도공단의 추가 조치 없이 공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법상 건설사업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거나 이를 준수하지 않은 채 건설공사를 진행하면 과태료 1000만원이 부과되지만, 그간 과태료를 낸 사례도 없거니와 사실상 요식행위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공사 건설사업관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당초 건설사업관리계획 수립은 소규모 공사장 사고가 늘어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건설사업관리계획 수립 절차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고 있더라도 자체감리를 진행하는 식이다. 자체감리를 하면 발주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업관리계획 수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규모가 큰 사업들이야 이슈화가 되면서 부각되기 마련이지만, 전체적인 건설사업관리 발주 건수로 비교하면 지자체 물량 대비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건설사업관리계획 사각지대에 놓인 사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전후로 관련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아는데, 그간 협회 견해가 반영된 적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현재로서는 협회에서 관련 실적을 취합할 수 있는 환경도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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