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서울 서초구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소 건설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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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인식 기자 fever@ |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3부 이종민 판사는 21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제효 대표이사 이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법인에는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제효는 상시 근로자 60명 규모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의 복합시설 신축 공사장에서는 지하 3층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제효 소속 근로자가 약 6m 아래 지하 4층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검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안전대 착용이나 추락 방호시설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가 유해ㆍ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법 시행 이후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했는데도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 등을 이유로 후임자를 고용하지 않은 채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씨는 사고 발생 전 고용노동청 등으로부터 추락 방호시설 미비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는데도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이전부터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대 등을 설치하도록 의무로 규정하고 있었고,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로 하여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ㆍ시행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이라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그 자체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제효가 이미 추락 위험이 있는 공사 현장에서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지 않아 처벌받은 것을 비롯해 수십 차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벌금형 처벌 전력이 있었던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사고 이후 안전보건계획을 설정하고 전체 공사현장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며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들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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