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 LNG 선박 / 삼성중공업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견조한 수주를 이어가며 약 10년 만에 호황기에 접어든 가운데 초격차 유지를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신조선 시장의 호조를 끌어온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의 수요 약화 및 중국 조선업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영국 조선ㆍ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893만CGT(184척)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1525만CGT(276척) 대비 41% 감소한 수치다.
수주 물량은 줄었지만,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중이다. 선박가격의 대표 지표인 신조선가지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25.55포인트에 머물던 선가지수는 2021년 151.96, 2022년 161.97에 이어 최근에는 176.03까지 올랐다.
특히,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주력하는 LNG 선박의 선가지수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중이다. LNG 운반선의 선가지수는 △2020년 186 △2021년 203 △2022년 248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265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빅3 조선사들의 수주 상황도 호조세를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올해 목표했던 연간 수주 목표(157억4000만달러)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이 회사는 올해 총 147척, 208억9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치를 132.7%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수주액이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연내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삼성중공업은 총 26척, 66억달러를 수주해 목표(95억달러)의 69.5%를, 한화오션은 총 15척, 29억달러를 수주하며 목표(70억달러)의 41%를 달성한 상태다.
여기에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현재 카타르에너지와 LNG 운반선 2차 물량을 두고 막판 가격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올 하반기 12조원 규모의 LNG 운반선 2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2차 발주 물량은 17만4000㎥급 40척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빅3 조선사들은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라며 “조선업계 전반에 걸쳐 수주물량을 늘리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알짜”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글로벌 조선시장의 수주 환경에도 균열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조선업계의 발주량이 올해 대비 약 25% 감소한 2900만CGT, 발주액은 약 24% 감소한 81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최근 수년간 신조선 시장의 호조를 끌어온 가장 중요한 선종 중 하나인 LNG선은 지난 수년간의 집중적 발주로 필요물량에 다다르고 있어 점차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조선업계의 가파른 추격도 고민 꺼리다. IMO의 환경 규제 이후 신조선 시장에서 한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체연료 선박의 점유율 차이는 좁혀지고 있으며, 심지어 역전되기도 하는 등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는 중이다.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선업의 선박개발 환경은 중국대비 한국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내 해운, 조선 등 해사산업계는 향후 이러한 중국의 경쟁력 개선을 염두에 둔 경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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