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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前부인 13년간 함께 살며 간병… 권익위 “사실혼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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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22 09:22:42   폰트크기 변경      
LH에 “사망한 前부인 명의 임대주택에 거주 허용” 의견표명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30년 전에 이혼한 전 부인이 지병과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전 부인이 숨을 거둘 때까지 보살펴온 전 남편에게 전 부인의 임대주택 명의를 물려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권익위(위원장 김홍일)는 A씨가 “전 부인인 B씨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계속 살게 해달라”며 낸 고충민원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A씨에게 B씨의 임대주택 명의 승계를 허용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1969년 B씨와 결혼했지만, B씨가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어린 자녀들을 두고 집을 나가자 8년을 기다린 끝에 1979년 B씨와 이혼했다.

그러다 30년이 지난 2009년쯤 A씨는 ‘B씨가 위독하다’는 연락에 B씨와 다시 만났고, B씨가 당뇨 합병증과 함께 옥탑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B씨를 기초수급자로 신청했고, B씨는 LH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에서 살게 됐다. 게다가 A씨는 지난해 B씨가 숨을 거둘 때까지 13년간 B씨의 곁에서 신장 투석과 치매 증상 등 병간호는 물론, 보호자 역할을 맡아 함께 살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LH는 임차인인 B씨가 세상을 떠나자 “A씨는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다”라며 임대주택 퇴거를 요청했고, A씨는 고충민원을 냈다.

권익위는 “A씨가 B씨의 보호자로 간병하면서 약 13년간 부부로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A씨는 80세가 넘은 고령인데다 B씨를 보살피는 과정에서 입은 낙상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법률상의 배우자는 아니지만 B씨의 사실혼 배우자로 봐야 한다”며 A씨가 B씨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명의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 임대주택 승계가 가능함을 확인해 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형식적인 법 논리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이 없는지 보다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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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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