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전국적인 행정망 먹통을 부른 새올행정시스템은 중소 IT업체가 구축ㆍ운영했다고 한다. 앞서 올해 3월엔 법원 전산망이 마비됐고, 6월에는 학교에서 쓰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에서 작동 오류가 발생했다. 모두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대기업이 공공 IT 서비스 시장을 독식한다는 이유로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기업의 참여를 제한해 왔다. 중견·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기술력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먹통 사태 수습에도 대기업 기술진이 투입됐다.
대기업이 공공 전산망 구축에 배제되면서 규모가 작은 여러 업체에 분리 발주한 것도 사고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사태를 야기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시스템은 서버, 하드웨어, 네트워크, 보안, 응용프로그램 등 각 영역별로 참여 업체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체가 여러 곳이다 보니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자 발생 때 책임소재 가리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정부가 국가안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했지만 대기업의 참여는 갈수록 저조하다. 사고 발생시 대기업에 책임이 전가되고 정치권과 여론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제는 그 자체로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기업보다 모든 면에서 열세인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에 중소기업제품을 의무 구매토록 하는 ‘중기판로지원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경쟁력과 품질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에 시달린다. 중소기업은 서비스와 위기 대처 능력이 대기업보다 떨어진다는 게 일반의 인식이다. 국가기간전산망 운영에 기술력과 관리능력이 입증된 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 배제 원칙은 당장 철폐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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