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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 HMM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국내 유일 국적 대형선사 HMM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동원그룹과 하림그룹 간 2파전 양상으로 굳혀지는 가운데, 인수 후보들의 자금 동원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유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동원, 하림, LX인터내셔널 등 HMM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23일 본입찰을 진행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산은은 최고가 낙찰 원칙을 바탕으로 인수자들의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 뒤 경영계획, 해운업 발전 방향 등 ‘정성적 지표’를 보기로 했다.
본입찰은 동원과 하림 간 2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LX는 해운업황 악화와 HMM 인수금액이 예상을 상회한다는 이유 등으로 발을 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며, 또 다른 예비입찰자였던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팍로이드는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최종 탈락했기 때문이다.
동원은 HMM 인수를 통해 육상물류부터 해운운송까지 연결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도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며 의지를 내비쳤었다.
국내 1위 벌크해운사 팬오션을 거느린 하림은 HMM 인수로 초대형 국적선사를 탄생시킨다는 포부다. 김홍국 하림 회장도 “해운 운송부터 식품 제조, 물류까지 사업 밸류 체인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며 강조했다.
관건은 두 회사의 자금조달 능력이다. 본입찰 때 적어낸 가격이 산은의 예정가보다 낮으면 매각이 유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HMM 매각 적정가격이 5조원에서 많게는 8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동원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예치금을 포함해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자회사 동원로엑스에 4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인수주체로 참여시킬 예정이며,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스타키스트 CB 발행규모를 5000억~6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동원은 3조원대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HMM 매각가에 미치지 못한다.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주단을 통해 1조5000억원 안팎의 인수금융을 일으키기로 했지만, 추가 실탄마련이 시급하다. 업계에선 형제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지원사격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림은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동원을 앞서있다는 평가다. 1조30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가운데, 자산 유동화 등으로 3조원대 자금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또 KB국민은행ㆍ신한은행ㆍ우리은행 등 대주단을 꾸려 3조원대 인수금융을 조달할 방침이다. 6조원 이상의 자금조달 계획을 세운 만큼, HMM 예상 매각가에 근접한 인수가를 적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산은은 현재 예정대로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을 마친 후, 내년 상반기엔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해 매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찰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된다. 인수 후보자들이 자금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에서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HMM)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유찰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HMM 유찰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매각 결과를 언급할 시점은 아니다”면서도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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