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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이재용을 어떻게 뛰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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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24 04:00:17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밝힌 최후 진술이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징역 5년ㆍ벌금 5억원’을 구형한 법원의 1심 재판이 종결된 지 일주일이 됐다. 이 회장은 결심 공판 이틀 후 첫 대외 행보로 ‘유럽 출장’을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해 경제 협력 확대에 힘을 보태기 위한 발길이다.

22일에는 한ㆍ영 비즈니스 포럼 등 ‘세일즈 외교’에 힘을 보탰고, 23∼24일 프랑스로 이어진 윤 대통령 순방 일정에 맞춰 ‘2030 세계 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도 팔을 걷었다. 경제인으로서 ‘사업보국’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한켠으로는 참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나선 글로벌 행보로도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1년간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베트남 등 전 세계를돌며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고,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하며 ‘기술 투자ㆍ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유럽은 물론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한 행보도 지속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도 더했다.

다만 한계는 있었다. 원인 중 하나는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실제 3년 넘게 이어진 부당합병 사건에 따른 재판은 106차례에 달한다.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등에 따른 출장을 제외하면 95차례의 재판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취임 이후의 출석 횟수는 33회에 이른다.

사법부는 알고 있다.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했고,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지만 지금도 이른바 ‘사법리스크’로 제한적 행보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부당합병 사건의 수사 기록만 19만 페이지에 달한다고 하니, 예상하기 어려운 치열한 공방전도 있었을 듯하다.

쉽게 말해 냉혹한 글로벌 현실 앞에 경제 전쟁을 이끌기 위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이렇다보니 재계 안팎에서는 장기화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한 상태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지만, 회장이 재판으로 발이 묶여있는 상황은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당합병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일은 내년 1월26일이다. 이 회장을 앞으로 ‘어떻게 뛰게 할 것인가’의 과제는 결국 ‘삼성을 어떻게 뛰게 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 검찰의 ‘사법 정의’ 의견과 재계의 ‘경제 살리기’라는 목소리, 그리고 삼성의 준법경영에 대한 신념과 지원을 아우를 수 있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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