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새울 원자력발전소 5·6호기 유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주군 서생면에 새울 5·6호기 추가 건설을 강력히 희망하며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이와 같은 서생면 주민들의 염원을 반드시 반영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서생면 유권자 7600여명 가운데 과반수인 4042명이 서명에 참가한 원전 추가유치 희망 서명서를 울주군에 전달했다.
새울원전3·4호기(신고리원전5·6호기)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새울원전5·6호기를 짓자고 나섰다. 새울원전3·4호기 옆의 연수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거기에 새울원전5·6호기를 짓자는 것이다.
원전이 어떤 지역에 들어선다면 우선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치였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찬성하고 반대하는 일부 주민을 어촌계장과 이장단이 나서서 설득하였다. 결국 주민들이 나서서 신규 원전건설을 원한다는 합의를 받아내고 말았다.
고리원전부지와 새울원전부지는 각각 부산과 울산으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비교적 인접한 영역이다. 이 지역의 주민은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리원전1호기가 준공되고 지금까지 반 백년을 지켜본 분들이다. 원자력발전소를 곁에 두어도 될 만하다는 뜻이다. 오히려 옆에 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대부분의 원자력 사업을 수행하는 분들은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지역이 가장 잘되고 가장 잘사는 지역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기꺼이 돕는다. 지역 주민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여전히 원전소재 지역에서는 원자력발전사업자와 지역 주민이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주민들은 사업자가 하려는 것을 반대하면 보조금이 나온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 것에 관심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제 주민들이 보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는 것은 푼돈이지만 지역 경제가 활성화가 되는 곳은 목돈이다. 보조금을 받게 되면 주머니가 두둑해지겠지만 일시적이다. 지역이 발전하면 그건 항구적이다. 그 지역에 자녀들이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기업에 취업하고 좋은 교육을 받아서 연구원이 되고 공무원이 되고 국제기구에 직원이 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눈이 너무 늦게 떴다고도 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40년씩 운영했는데도 아직도 이질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곳도 있다.
이제 원전사업자와 지역주민이 함께 성장하고 함께 일으켜야 할 때다. 지금 새울에서는 그것을 주민들이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해서 산업부가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지금 이렇게 자발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고 하겠다는 지역의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과연 무슨 지원을 해줄 것인가? 원전 부지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검증된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하겠다는 것을 격려해주지 못한다는 말인가?
새울3호기는 2024년, 새울4호기는 2025년 각각 완공된다. 신한울3·4호기의 건설이 재개되었지만 후속기의 소식이 없다. 원전부품 생태계는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포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산업부는 백지화된 천지1·2호기와 대진1·2호기의 부지를 다시 구매하라는 공문을 여전히 보내지 않고 있다. 부지가 없으면 신규원전건설은 없는 것이다.
원전생태계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다. 또 신규원전을 건설할 계획이 정부로부터 제시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업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원전생태계는 살아난다. 원전건설 기간은 10년이나 되지만 부품 공급망을 담당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그 10년 가운데 특정기간만 납품이 가능하다. 그것이 국내 건설이건 해외수출이건 지속된다는 가능성만 있다면 생태계는 유지될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나랏돈으로 보조금을 주어서 억지로 살려두는 것보다 스스로 벌어서 먹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놀라운 소식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환경받게 되기를 바란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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