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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왼쪽)과 오세훈 시장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대구광역시와 서울특별시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앞서 건설산업을 재편해나가고 있다. 11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도록 창의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거나, 건설산업 내부구조 개선을 위해 주무기관보다 앞서 건설혁신 정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건설산업 측면에서 뒤따라가기 바빴던 지방자치단체가 이제 중앙정부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다.
23일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총 11조원 규모 대구신공항 개발사업과 관련, ‘종전부지 주변지 연계개발’ 아이디어는 전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신의 한 수’가 됐다.
대구신공항건설사업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우선 공항을 건설해 기부하면, 국방부가 군공항터를 시행자에게 넘겨준다. 민간사업자는 넘겨준 부지를 개발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민간사업자는 처음부터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점에서 막대한 사업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묘수를 냈다.
대구시는 양여부지인 후적지 말고도 후적지 주변지를 연계개발하는 인센티브를 줬다.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128만평의 주변 미개발지를 자연녹지로 수용해 미리 개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주변지 사업을 공항 건설 시기와 같게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주변지 개발은 뒤이을 후적지 개발 시 담보물 설정을 통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고 분양이익도 거둘 수 있다. 대구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주변지 연계개발 시 사업 수지는 9조6000억원 적자에서 1조2000억원 흑자 전환할 수 있다. 내부수익률 8.0%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K-2 종전부지 주변지 연계개발 방안 제시로 삼성은 전자ㆍ물산 등 전 그룹에서 적극적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21일 홍준표 시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에서 참여를 검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배후 주거단지 423만㎡(128만 평)을 풀어 SPC 회사가 개발하도록 한 것”이라며 “배후 주거단지에 많게는 10만 세대까지 고급 아파트가 건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기간 단축 방안도 제시했다. 재정사업으로 진행하는 2조6000억원 규모 민항건설사업을 군 공항건설사업과 동시해 수행하자는 방안이다. 민간계약자(SPC)법인이 민항과 군공항을 동시에 건설사업 총 사업비에서 재정부문 2조6000억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효과까지 있고, 1개 집단이 공항 두 곳을 건설하는 데 따른 중복투자도 줄일 수 있다.
서울시는 건설산업 생태계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 단위가 아니라 서울시에서 건설목적물 품질 제고, 시민안전을 위해 제도 개편에 총대를 멨다. 대표적인 추진 방안은 ‘주요공종 하도급 전면금지’다. 부실공사 원인이 불법과 저가하도급에 있다고 보고, 주요공종은 원도급사가 100% 직접시공을 의무화했다. 서울시의 화두 제시에 행정안전부는 모든 지자체 공사 수주 시 공사비 30% 이상을 직접 시공하라는 낙찰자결정기준을 수립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는 등 호응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당시 건설혁신방안 발표 간담회에서 “누군가는 건설산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혁신을 위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 건설산업 미래를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서울시는 기획재정부 소관인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개편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24년째 그대로인 예타조사제도로는 서울 낙후권역의 개발이 불가능해 조사 항목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의 정부로 불리는 기재부를 상대로도 꼭 필요한 주장을 앞장서서 관철해 나가는 계획이다.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산업 이슈를 선점해나가는 이유는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개발사업, 건설안전이 시민 생활과 직결하는 분야임을 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유력한 대권후보다. 특히 이들이 던진 ‘아젠다’들은 지자체를 넘어 전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세훈, 홍준표 시장은 건설정책의 파급력을 명확히 알고 있다”며 “홍준표 시장의 최근 대구신공항 투자설명회는 당 대표 시절을 연상케 할 만큼 정관계 인사가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민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야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제도 개선 목소리를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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