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만 ‘희생’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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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원장(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에서 오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간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하는 양상이다. 지도부ㆍ중진ㆍ친윤계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권고에 대해 지도부는 사실상 묵살하고 있다. 혁신위는 이에 지난 23일 “1주일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등 희생 요구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일하게 희생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다. 원 장관은 지난 25일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줄”이라며 인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원 장관은 지난 21일에도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원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혁신위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25일) 본인의 지역구인 울산을 찾았다. 이날 울산 남구을 지역구를 2개 동씩 나눠 세 차례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그는 ‘희생’ 요구에는 묵묵부답한 채 “왜 의정보고회를 하느냐고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어서 황당하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구민들한테 가서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오히려 “대통령하고 자주 만난다”, “어떤 때는 하루에 3∼4번씩 전화도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또 지난 24일 김 대표와 가까운 김석기 의원이 신임 최고위원에 선출되며 오히려 ‘김기현 체제’가 강화된 양상이다.
다른 ‘용퇴’ 대상 인사들도 최근 연이어 의정보고회를 열거나 대규모 지역구 행사를 여는 등 ‘반기’를 들고 있다. 주호영(5선ㆍ대구 수성갑) 의원도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고, 장제원(3선ㆍ부산 사상) 의원은 대규모 행사로 세 과시를 했고, 권성동(4선ㆍ강원 강릉) 의원은 아예 “윤핵관에서 나를 빼달라”고 했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이대로 도로 윤석열당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냐’, ‘아예 총선을 포기하겠다는 거냐’라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위 역시 끝까지 혁신안 관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 위원장은 물론 혁신위원들도 잇달아 언론 인터뷰 등 공개 발언을 통해 ‘지도부 압박’에 나서고 있다. 혁신위는 오는 30일께 주류 희생 권고안을 정식으로 의결하고 당 지도부에 공식 혁신안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당 밖에서는 김기현 지도부가 시간을 끌수록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성기노 정치평론가는 “애초 혁신위가 10ㆍ11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에 대한 당 쇄신 필요에 의해 출발한 만큼, 혁신위 활동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그 여파는 결국 김기현 지도부가 안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가운데 비대위나 공관위를 출범시킨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기대감 속에 총선 체제로 전환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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