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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불명 화재’ 모텔에 보험금 준 보험사… 대법 “투숙객 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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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26 15:14:39   폰트크기 변경      
“숙박계약은 임대차계약과 달라… 숙박업자가 손해 부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숙박업소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한 경우 객실 등에 발생한 손해는 투숙객이 아닌 숙박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숙박계약은 통상적인 임대차계약과는 다른 만큼 관련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A씨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현대해상은 2020년 4월 인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B씨와 모텔 건물과 시설, 집기 등을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4월 B씨 모텔에서는 A씨가 묵던 객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객실 내부 훼손은 물론, 내부 집기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객실 내부에서는 A씨가 버린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지만,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현대해상은 보험계약에 따라 B씨에게 화재 보험금 5800만원을 지급한 뒤 A씨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현대해상은 A씨와 책임보험계약을 맺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도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현대해상은 “A씨는 모텔의 객실을 임차한 임차인으로서 임대차 목적물 반환 의무가 있다”며 “투숙객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ㆍ2심은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ㆍ2심은 “숙박업자는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며 “객실 내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고객인 A씨에게 채무불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고, 화재 발생ㆍ확대에 대해 A씨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이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현대해상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대법원은 “숙박계약은 임대차계약과 유사하지만, 통상의 임대차계약과는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숙박계약에 대한 임대차 관련 법리의 적용 여부와 범위는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숙박업자와 고객의 관계는 통상적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와는 다르다”며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해 일시적으로 이를 사용ㆍ수익하게 하더라도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에 대한 점유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기간 중에도 고객이 아닌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중 목적물을 직접 지배함을 전제로 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 이행불능에 관한 법리는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숙박계약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며 “고객이 숙박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ㆍ수익하던 중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인해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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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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