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LG전자가 가격 담합을 통해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을 비싸게 판 대만 업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2014년 1월 소송이 제기된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 |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지혜 부장판사)는 LG전자와 해외 법인들이 대만의 TFT-LCD 패널 제조업체인 에이유 옵트로닉스(AUO)와 한스타 디스플레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UO가 291억여원을, 한스타가 약 3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연이자까지 합치면 배상액은 6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AUO 등 국내외 TFT-LCD 패널 제조사 10곳이 제품 공급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4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AUO 등은 2001~2006년 대만에서 매달 1번 이상 회의를 열어 패널 가격과 물량 등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LG전자는 “패널 가격 담합으로 TV 등 완제품 가격이 올라 수출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AUO 등 대만 업체 5곳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AUO와 한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업체에 대해서는 소송을 취하했다.
재판 과정에서 AUO 등은 “대만 법인이고 증거자료도 대만에 있다”며 대만 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들은 LG전자가 담합업체 중 한 곳인 LG디스플레이의 대주주이자 모회사인 만큼 LG전자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법원은 9년이 넘는 심리 끝에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UO 등에 대해 “다자간 회의를 통해 TFT-LCD 주요 제품의 가격 유지ㆍ인상 논의, 최저 목표가격 합의, 선적량 교환 등 공동행위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LG전자가 패널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전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AUO 등의 배상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국제사법 조항에 근거해 “분쟁이 된 사항과 당사자들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한국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는 판단도 내놨다.
‘LG전자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들이 제시한 사정만으론 LG디스플레이와 독립된 법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는 LG전자를 담합에서 동일한 행위 주체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