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PF대출 연체율 늘고, 적자 증가
‘갓상인’ 상상인저축銀도 매각 난항
“매각 가격 현실적으로 낮춰야 협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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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고금리‧경기침체‧연체율 증가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저축은행들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한때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이 부각되며 포트폴리오 확장을 원하는 주요 금융지주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중저신용자‧PF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올해 들어서는 적자까지 쌓이면서 매물만 쌓이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애큐온저축은행‧한화저축은행‧조은저축은행 등 다수의 저축은행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매각 명령이 내려진 상상인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비금융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방침을 내세운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사 이후 인수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이 발을 뺀 이유는 가격에 대한 견해차가 결정적이었다. 우리금융이 매각가로 2000억원 이상은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상상인그룹과 1000억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우리금융 매각이 불발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다른 저축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직원들의 연봉‧복지 수준이 높아 ‘갓상인’으로 불렸다. 장기근속자가 많고 업계 내 대표 저축은행 중 하나로 평가 받는데, 상상인조차 매각이 무산되면 다른 중소 업체는 인수 대상자를 찾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인수 후보로 나타났을 때조차 직원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업계 내에서도 자부심이 큰 곳이 상상인저축은행”이라며 “상상인 매각이 가격 문제로 불발된다면 다른 저축은행들의 협상은 생각보다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62억원을 기록했다. 조 단위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9918억원 감소한 수치다. 대출 연체율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4.61%로, 캐피탈사(3.89%)보다 높았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또한 5.65%로, 작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내년 업황 또한 부정적이다 보니 현재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저축은행만 4~5곳 이상이다. 문제는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곳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도 이번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를 중단하면서 무리한 M&A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저축은행들이 '제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저축은행을 무리해서 인수할 이유는 찾기 힘들다”며 “매각가를 현실적으로 낮춰서 협상할 수 있는 밸류가 돼야 그나마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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