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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현장 엘리베이터 설치 '인력난' 웃돈 관행 성행…"최고 3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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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29 06:00:21   폰트크기 변경      
시공팀 못구해 ‘발동동’

[대한경제=노태영 기자] #1 지식산업센터를 건설 중인 중견건설사 A사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 설치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엘리베이터는 현장에 납품됐는데, 시공팀이 오지 않은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설치비와 별도로 웃돈을 1대당 1000만원 주기로 했는데, 다른 현장에서 2000만원 준다고 하니 그쪽으로 갔다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A사는 며칠 후 2000만원을 주고 다른 시공팀을 불러야 했다.

#2 B사의 기전팀장은 경기 소재 아파트 건설현장에 엘리베이터 제조사의 시공팀이 오지 않자, 평소 알고 있던 다른 제조사 대표에게 연락해 SOS를 쳤다. 그러나 해당 대표도 난색을 보이자, 할 수 없이 1대당 2500만원의 웃돈을 주고 다른 시공팀을 구해 겨우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건축현장에 엘리베이터 설치 인력 품귀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종의 ‘급행료’인 웃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웃돈을 준다고 해도 시공팀을 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축현장에 엘리베이터 설치 시 설치비와 별도로 시공팀에 주는 웃돈은 1대당 2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긴급한 현장의 경우 3000만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20층 기준 엘리베이터 1대당 비용(구입+설치)으로 7000만∼8000만원 정도 잡는다. 설치 웃돈이 2000만∼3000만원이라면 전체 비용의 30∼40%가 추가로 들어가는 셈”이라며, “과거에도 급행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몇 백만원이면 충분했다. 이러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추가 비용은 제조사와 일부 나누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공사(건설사)가 부담한다. 엘리베이터 설치가 늦어지면 후속 공정이 모두 멈추기 때문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등 건축현장에서는 골조공사가 완료되면 호이스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자재를 날라야 한다. 호이스트로 자재를 나를 수도 있지만, 흠집이 가고 부서지기 마련”이라면서,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 되면 인테리어 등 마감 공정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엘리베이터 제조사와 설치조건부 계약을 하지만, 다급한 쪽은 시공사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후속 공정이 늦어져 준공일이나 입주예정일을 넘기면 시공사는 하루 수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엘리베이터 설치 인력 품귀현상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했다고 판단한다.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가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자잿값 폭등 및 자재난,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중단됐던 건설현장의 재가동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 등 대규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품귀현상을 부채질했다는 진단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제조사에 두 달 전부터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보하는데, 일정에 하루라도 늦으면 설치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겨우 구한 시공팀에 싫은 소리라도 하면 장비를 놓고 가버리기 일쑤”라며, “돈은 돈대로 주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 역시 신규 수주를 꺼리는 추세다. 아무리 시공사가 추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다툼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품귀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철근 누락의 여파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하반기 공사 발주를 미룬 탓에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조금 숨통을 트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근본적인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품귀현상은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승강기협회는 최근 불거진 설치 인력부족 문제를 인지하고 직영팀 보유 확대 등 국토교통부에 정책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영 기자 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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