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는 본능적으로 부동산시장 흐름을 간파한다. 그걸 못하면 디벨로퍼가 아니다.” 20여년간 건설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의심스러울 때는 늘 디벨로퍼들에게 시장을 물었다. 다만 친하지 않으면 속기 십상이다.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디벨로퍼’가 되고, 실패하면 교도소 문턱을 넘나드는 ‘사기꾼’이 되는 개발업 숙명 탓에 신중하고, 속내도 잘 드러내지 않아서다.
주택시장이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혼돈기다. 교보증권은 최근 부동산전망 리포트에서 핵심 변수인 금리의 가격 반영이 내년 본격화되면서 현 가격 대비 주택가격이 최대 30%, 최고점 대비 최대 50%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가격 거품이 심각한 상 이황에서 금리 영향력이 내년 본격화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폭락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투자자 눈길을 잡기 위한 전략적 리포트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 양대 건설단체 산하 연구원들은 내년 주택가격을 2% 하락과 수도권에 한정된 1% 상승세로 봤고, 다른 전문가들도 내년 집값을 보합세로 전망해서다. 선거ㆍ금리ㆍ입주량 등에 따른 정부 정책 방향성이 변수이지만 진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23일 만난 1세대 디벨로퍼인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디벨로퍼의 본능적 감각이라면 시장 실마리를 얻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부동산시장 향방을 물었더니, “주택인허가와 착공지표를 한번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느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아파트 사업주기가 3년 이상인데 인허가는 30% 이상, 착공량은 50% 이상 줄었다. 길게 보고 빨리 집을 사시라”라고 답했다.
부동산개발업계 모임의 회장인 만큼,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위기 탓에 사지로 내몰린 회원사들에 희망을 주기 위한 전망이 아닐까란 의구심도 들었지만 정비사업 조목조목 제시하는 근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가 걱정스럽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 PF 뇌관을 안은 불안한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최근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 내년 4월 총선에서 표를 잃을 악재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김승배 대표가 예견한 주택공급 대란의 시기는 2026년. 차기 대통령선거 직전이다. 다른 자리에서 만난 주택업계의 한 임원도 “전세사기로 인해 신뢰를 잃은 비아파트 기피현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내년 입주량이 급감하고 금리가 떨어지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인데,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물경기를 이끌어온 건설산업이 내년 공종사이클에 따라 하나하나 쓰러지는 그림이 안 보이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주택관리업계의 한 임원도 “올해는 기존 착공 및 입주량이 예년 수준이어서 버틸 만하지만 내년 이후는 솔직히 걱정스럽다. 주택인허가 및 착공량이 줄어도 너무 주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업계와 국민들의 바람이다. 업자의 이익이나 정권의 연장을 위해서가 아니다.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권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부동산정책은 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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