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오늘(1일) 취임한다. 1984년 신한은행에 신입행원으로 들어가 신한은행장, 신한금융 회장을 거쳐 마침내 은행계 수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달 16일 회장추천위원회 단독 추천에 이어 27일 주주총회격인 사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공식 선임됐다. 금융지주 회장 퇴임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임기 3년에 연봉 8억원을 보장받았으니 응당 축하해야겠으나 대내외 상황에 비추어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무엇보다 은행에 대한 국민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국내 은행들은 올 1~3분기 중 무려 44조2000억원을 벌어들이는 사상 최대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희망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돈잔치’를 벌였고, 예금이자는 찔끔 올리고, 대출이자는 팍팍 올리는 과도한 이자 장사에 치중했다는 비난이 많다. 뼈 빠지게 이자를 갚는 자영업자, 은퇴자 등에게 ‘종노릇’만 강요한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최근엔 홍콩 H지수 ELS펀드의 원금손실로 그 강도는 더욱 거세다. 급기야 야당은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했을 때 초과분의 40%를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횡재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갖가지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상생금융은 분명 넘어야 할 첫 번째 허들이다. 조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추대 직후 줄곧 ‘고통분담과 상생’ ‘신뢰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산업발전과 경쟁력 제고, 소비자인 국민과 기업의 공존 등의 난제도 풀어가야 한다. 조 회장은 해결방안으로 ‘소통’을 내세우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조 회장은 나름 소문난 ‘마당발’이지만 민간 출신이다. 그것도 사실상 처음으로 메이저격인 4대 금융(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에 기반한다. 개인적으론 채용비리 의혹, 라임 사태 징계 등에 따른 비판을 불식시켜야 하는 부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첫 시험대를 무사히 넘으려면 관료 출신 이상의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 원활한 소통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은행연합회장은 1984년 출범 이후 역대로 관료 출신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준성, 신병현, 정춘택, 이동호, 류시열, 유지창, 신동규, 박병원 회장에 이어 직전 김광수 회장이 그들이다. 부총리, 산업은행 총재, 수출입은행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을 역임했거나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ㆍ경제정책국에서 잔뼈가 굵은 ‘늘공’들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교역할에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역대 민간 출신은 5대 이상철(합병전 국민은행), 8대 신동혁(한일, 한미은행), 12대 하영구(한국씨티금융), 13대 김태영(NH금융) 회장 등 4명뿐이다. 그런 만큼 한편에선 과연 ‘은행 산업의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 발전에 기여’할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간 출신을 뽑아줬더니 은행 산업 발전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내부 불만이 나오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 회장은 4대 메이저 출신이란 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과점체제라 해서 비메이저그룹을 배척해서는 결코 안 된다. 시중은행 외에 산업, 수출입, IBK기업 등 특수은행, 지방은행 및 3개의 인터넷은행까지 포용해야 한다. 협회 내의 ‘당면 현안’에는 한목소리를 내더라도 은행별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만한 내부 조율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 회장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고 하지만 당시 행장으로서 채용 전반을 주관했다. 라임펀드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도 조 회장은 금감원에서 경징계인 주의 조처를, 진옥동 현 신한금융 회장은 주의적 경고를, 신한은행은 3개월 일부 영업정지 및 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을 포기하는 용단을 내렸지만 은행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원죄는 부인하기 어렵다. 조 회장이 과연 특유의 소통과 리더십을 발휘해 상생금융의 난제를 제대로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성항제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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