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대형마트 야간 및 휴업일 ‘온라인 영업’ 놓고 여야 찬반 팽팽…“대·중소유통 상생방안”vs“골목상권 피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12-04 04:00:21   폰트크기 변경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 등에 대해 야간 및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영업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 등에 대해 야간 및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영업(전자상거래, 통신판매)을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여야가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대·중소유통 협의회에서 도출된 상생방안이다”, “소비자 편익을 높인다”면서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야당은 “협의회에 참여한 중소유통 단체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골목상권에 피해를 준다”며 반대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지난 8월21과 11월22일 두차례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를 열고 대규모점포 및 준대규모점포에 온라인 영업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집중 심사했지만, 여야 의원들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법안은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해 여야 모두 법 개정 필요성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이 의원 법안은 21대 국회 초반인 2020년 7월에, 고 의원 법안은 1년 뒤인 2021년 6월 각각 발의돼 지금까지 3~5차례 심사가 이뤄졌지만 단일안 도출에 실패했다.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은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 의원은 소위에서 “상생협의회 회의에 소상공인연합회라든가 이런 직접적인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다 빠졌다. 이게 처음에 전경련에서 주장하고 지금 정부가 받아서 이걸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허용해 주면 골목상권이라든가 일반 소상공인들 타격이 심하다”면서 법안 처리 불가론을 폈다. 박 의원이 언급한 상생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대‧중소유통 상생협의회’를 뜻한다.


같은 해 12월 도출된 대·중소유통 상생협약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의 영업제한시간,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의무휴업일 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 방안을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 대형마트는 중소유통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전통시장 디지털화 촉진 등을 위한 인력 및 교육을 지원하고, 슈퍼마켓 물류 체계 개선, 판로 확대 및 마케팅‧홍보, 시설‧장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측과 중소유통 측이 서로 주고받으며 상생방안에 뜻을 모은 것이다.


당시 상생협의회에 ‘중소유통’ 대표로 참여한 단체는 전국상인연합회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박 의원은 이 조직들을 겨냥, “전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일부를 대표하는 분들”이라면서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영진 제1차관은 “우리가 협의한 전국상인연합회가 전국에 17개 지회가 있고, 수퍼연합회가 47개지역조합을 가지고 있다”면서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이 안에 찬성하고 있다. 그분들이 저것 조금 열어 줘도 그것으로부터 받는 이익이 많아 자기들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상생협약 도출 배경을 설명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19번이나 (만나) 2년여에 걸쳐서 만들어 낸 거라면 우리 국회는 이것을 존중해 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정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소위원장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그 협회에 속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계신 골목상권들은 어떻게 보완을 받느냐고 그렇게 따지면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부정이 된다”면서 “전체가 다 직접민주주의를 해야한다”고 직격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는 대형마트와 중소유통 간 상생발전을 위해 2012년 도입됐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따르면 기초지자체장은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0~10시 범위) 및 의무휴업(매월 이틀, 공휴일 원칙이나 이해당사자 합의 시 평일 지정 가능)을 명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요구가 계속됐다.


대형마트 규제가 도입된 2012년 당시에는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였으나 이제는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규제를 받지 않고 새벽배송, 휴일배송 등을 실시하는데 대형마트에 그걸 규제한다면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정안은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SSM)가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하고 전자상거래 또는 통신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소상공인, 골목상권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며 법안에 반대했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약간 더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좀 더 허용해 줘야 된다고 하면 온라인 업체도 마찬가지로 좀 더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더 요구할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대형 이커머스, 이런 것이 더 확장이 되니 소상공인 입장에서 더 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법안대로 가면 대형마트에 차로, 아니면 걸어서 갔던 사람들인데 (앞으로는) 가지 않고 그냥 온라인으로 배송을 받으면 골목상권은 더 죽는 거다”면서 “그 상생협의체는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이다. 우리가 접하는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안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사업자가 늘어나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특히나 젊은 사람들, 요즘 맞벌이 세대들이 시장을 가기가 뭐하니까 이런 온라인 주문을 통해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법안 조기 통과를 지지했다.


김성원 의원은 “단순하게 이것이 대형마트의 길을 열어 주는 법안이 아니라 지금 온라인배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도 우리가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피해에 대해 법안 통과로 혜택을 보는 대형점포 등이 수익금 일부로 상생기금을 조성해 중소유통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점을 내세운다. 장영진 차관은 “이것이 허용될 경우 대기업 대형마트 3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그 일정 부분을 중소상인들한테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중소상인들 입장에선 상생합의안으로 받는 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그것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의원은 “액수도 확인되지 않는 기금을 조성한다? 중소유통을 지원한다? 기금 조성의 규모·방법·시기 등은 협의한다?”고 이의를 제기한 뒤 “한쪽은 현찰이고 한쪽은 어음이다. 그것만 가지고 피해가 보상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성원 소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소위에서 “소위에서 논의를 해봤자 결론이 안 난다”면서 “원내지도부의 정치적 타결, 정무적 협상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원내지도부로 법안을 넘겼다. 이후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탄핵안 등을 놓고 극심한 대결양상을 보이면서 법안 논의는 실종됐다.


21대 국회, 유통산업법 개정안 23건 발의에도 통과는 단 1 건


21대 국회 들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23건이 발의됐지만 그간 ‘규제 존속기한 연장’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법안 한 건 외에는 모두 해당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문턱을 못넘고 계류돼 있다. 대규모점포 사업자와 중소유통 간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가 여야 입장차를 벌려놓는 데다 법안 발의 건수도 너무 많아 단일안 도출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규모점포, SSM 등에 대한 규제는 ‘등록규제’와 ‘영업규제’로 구분된다. 등록규제는 대규모점포 등록시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 제출 의무가 있고, 전통상업보전구역(전통시장 1㎞ 이내) 내 출점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영업규제는 지자체장이 영업시간 제한(0시~10시 범위)과 의무휴업일(월 2회, 공휴일 원칙)을 지정할 수 있다.

여야 의원들은 규제를 더 강화하거나, 아니면 완화하기 위해 법 개정안을 꾸준히 발의했다. 규제 강화 사례로는, △대규모점포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준대규모점포 개설등록 제도를 허가제로 변경(김정호) △영업행위 규제 대상에 기존의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 외에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전문점, 보세판매장 등 추가(이동주) △대형마트 등에 명절 당일 의무휴업일로 지정(허은아) △대형마트 등의 등록 소재지 외 영업 금지(박재호) △식자재마트의 정의 신설 및 등록·영업규제 적용(최승재) 등이 있다.

규제 완화 법안으로는, △대형마트 등 온라인 영업을 영업제한 범위에서 제외(이종배·고용진) △가맹형 준대규모점포는 등록·영업규제 미적용(고용진) △지자체장이 매월 이틀 이내 범위에서 지역주민 및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의견을 청취해 의무휴업일 수와 요일 지정(김성원·최승재) 등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새 규제 신설보다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법안들에 수용 입장이다. 예컨대 상권영향평가서를 제3의 기관이 작성토록 의무화해 객관성을 제고하는 방안에 긍정적이다.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실적이 미흡할 경우 지금은 개선권고만 가능하나 개선권고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 내용 공표 등 제재수단 도입도 지지한다. 이들 방안 이행을 위해선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나, 여야 정쟁이 계속되면서 모두 지연되고 있다.


한편, ‘대규모점포’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연접돼 있는 건물 안에 하나 또는 여러개로 나눠 설치되는 매장으로, 상시 운영되며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점포를 뜻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이 있다.


준대규모점포는 흔히 SSM(Super SuperMarket)이라고 불린다. 대규모점포를 경영하는 회사 또는 계열회사가 직영하는 점포이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의 계열회사가 직영하는 점포로, 면적이 대형 마트보다 작고 일반 슈퍼마켓보다는 크다. GS슈퍼마켓,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이마트 에브리데이, 킴스마트, 탑마트 등이 해당된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G마켓, 11번가, 옥션, 이마트몰 등도 뒤따르고 있다.


권혁식 기자 kwonhs@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논설실
권혁식 기자
kwonhs@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