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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투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여야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올해도 넘겼다. 21대 국회 출범 첫해인 2020년을 제외하면 3년 연속 법정 처리 시한을 어긴 것이다. 예산안 대치 정국이 연말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국회법에 따른 2024년 예산안 심사 종료 시한(11월 30일)을 넘겼다. 또한 헌법이 내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하도록 한 예산안 마감 시한(12월 2일)도 지키지 못했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12월 9일)이 예산안 협상의 ‘마지노선’이지만 여야 정쟁으로 이마저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13~24일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를 가동해 예산을 심사했다. 그러나 일부 감액 심사만 마쳤을 뿐 증액 심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예산소위 내 소위원회(소소위)를 가동하며 합의안 도출 과정을 이어갔으나 활동 기한인 30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세부 예산별로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증액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불필요한 예산 등 4조6000억 원을 감액하는 한편 정부가 삭감한 과학기술 분야 연구ㆍ개발(R&D) 예산을 복원하고, 지역사랑상품권ㆍ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등 소위 ‘이재명표 예산’을 증액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는 예산안 지각 처리를 두고 서로에 책임을 전가하며 연일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본회의를 비리 방탄 본회의로 오염시키면서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또다시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열린 당 최고위에 참석해 “정부ㆍ여당의 민생 외면 때문에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올해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의 삶을 무한 책임져야 될 정부ㆍ여당이 국정 책임을 무한 회피하고 있다”고 맞섰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속이 타 들어가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 흐름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내년 살림살이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ㆍ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을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예산안 합의ㆍ처리가 결국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여야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 및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별도 협의체를 가동해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별도 협의체 협의 또한 공전하고 쌍특검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새 회계연도 개시(2024년 1월1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하는 ‘준예산 정국’에 돌입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준예산으로 국정이 운영된 적은 없다. 준예산 사태가 현실화되면 내년도 상반기 신규 사업은 예산 지출이 불가하고, 국방비와 공무원 인건비 등 최소 비용만 써야 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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