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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롯데그룹의 2024년 정기 임원인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안정과 쇄신 중 어느 쪽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방점을 찍을지 주목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6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한다. 이사회 1∼2일 전부터 인사 대상 임원에게는 개별 통보를 하는 만큼 승진 또는 퇴임 인사자들은 이미 인사 내용을 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롯데그룹의 임원인사의 두 가지 포인트로 ‘인사 폭’과 ‘조직 개편 방향’을 꼽는다.
인사 폭은 신 회장이 그룹 주요 사업의 성과가 인적 쇄신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지 판단한 방향에 따라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롯데면세점ㆍ롯데호텔ㆍ롯데제과ㆍ롯데마트ㆍ롯데하이마트ㆍ롯데홈쇼핑ㆍ롯데멤버스 등 계열사 10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인적 쇄신에도 면세점은 중국 단체관광객 회복이 늦어지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홈쇼핑은 새벽방송 송출 불가 조치에 희망퇴직까지 단행하는 위기를 맞았다. 호텔은 엔데믹 수혜를, 제과는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실적이 개선됐고 롯데마트는 수퍼와의 통합 시너지로 체질개선을 이뤄내는 중이다. 하이마트 또한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단행한 인적쇄신의 결과가 나오는 계열사도 있지만, 대외 환경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 계열사도 있어 신 회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유통사업의 수장인 유통군HQ 총괄대표를 맡은 김상현 부회장이 유임되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 부회장은 P&G에서 30년 몸담았고, 정 대표는 신세계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외부인사다. 롯데의 순혈주의를 깨고자 2021년 11월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파격 영입했다. 정기 인사 발표를 하루 앞둔 5일 부산에서 진행한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착공식에 김 부회장이 신 회장과 동행하면서 이러한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예상대로 인사가 단행된다면 신 회장이 그만큼 롯데 순혈주의를 깨는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앞으로도 외부 인사 영입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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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2021년 정기 임원이사와 함께 도입한 헤드쿼터(HQ)체제의 개편 여부다. HQ 조직은 일종의 소규모 전략실로 주요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 사업군으로 묶고 이들의 인사, 재무, 기획, 전략 기능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기존의 비즈니스 유닛(Business Unit) 체제보다 계열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형태로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간 시너지와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자 채택했다.
그러나 HQ 체제는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롯데유통군은 BU 체제에서 유일하게 HQ 체제를 운영했는데, 당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지원, 기획, 전략, 홍보, 재무, 신규사업 조직을 백화점 중심의 HQ로 모았지만, 그 해 매출은 16조1844억원으로 2019년(17조6220)원보다 8.2% 감소했고, 2021년(15조5736억원)에도 3.8% 줄었다. 당시 경쟁사인 신세계는 연결 기준 2020년(4조7693억원)으로 펜데믹 피해를 봤다가 2021년(6조3164억원)으로 회복한 것과 대비된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2조2732억원), 2021년(3조5724억원)으로 연속 성장했다.
이미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HQ 조직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 상태로 호텔군부터 HQ 체제를 벗어났다. 올해 7월 이완신 전 호텔군 총괄대표가 사임하면서 기존 호텔HQ 인력 80명 중 재무, ESG 담당 20명 정도만 남은 상태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이 기획실 조직을 강화하고 전 계열사의 위험 요인 등을 면밀하게 살피는 역할을 주문하고 있어 신 회장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HQ조직을 보다 강화해 힘을 싣거나, 새로운 기획조직을 마련해 계열사 역량을 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경기 전망이 좋지 않고, 특히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유통업 전망이 어두워 대대적인 변화가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믿을맨’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안정 속 쇄신 기조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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