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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회를 탄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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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07 09:11:14   폰트크기 변경      

국회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최근 네 명의 공직자에 대해 탄핵소추를 하였다.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절차와 내용에서 정말 많은 문제가 있다.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에서는 탄핵안이 세 번이나 제출되기도 하였는데, 공당이 추진하는 막중한 탄핵소추에서 이러한 황당무계한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

민주당의 탄핵소추 와중에 국회는 헌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헌법 제 54조 2항에 의하면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하여야 한다’. 즉 국회는 매년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금년에도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통과시키지 못함으로써 국회 스스로가 법을, 그것도 대한민국 최상위 법인 헌법을 위반했다.

해마다 국회가 법정 기한 내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는 위헌 사태가 계속되자 국회 스스로 2012년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통해 2014년에 국회법에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국회가 헌법상 의결 기한 48시간까지 예산안의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때, 예산안이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는 내용이다. 그랬음에도 국회가 법정 시한을 준수한 적은 2014년과 2020년 2차례밖에 없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는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와 국회의원은 도대체 왜 헌법을 지키지 않는가? 국회법의 취지를 왜 사문화시키는가? 그것도 왜 거의 해마다 상습적으로 탈법 위법을 하는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서 범법자는 처벌을 받고 상습범은 가중처벌을 받는데, 국회와 국회의원은 위헌을 하고도 그것도 상습범인데도 왜 법적 제재를 전혀 받지 않는가? 행정부와 사법부의 공직자에 대해서는 위법을 근거로 탄핵을 수시로 발의하면서,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되지 않는 데 대해서는 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가?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서 위헌을 하였는가? 시간은 충분히 차고 넘치는데, 마음이 콩밭에 있는 것이 문제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지켜보면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예결특위에서 질의와 답변을 보면 온갖 정치 논쟁뿐이고, 예산과 관련된 논의에 할애되는 시간은 많아야 전체 시간의 10% 미만일 것으로 짐작된다. 예산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정쟁 때문에 예산심의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국회는 정치의 장(場)이 아니고 국정의 장이다. 더더욱 예결위는 정치의 장이 아니고, 예산심의의 장이다. 예결위에서 예산과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질의하고 답변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예산안의 법정 기한 내 의결을 정기국회 개회 시 반드시 상기시켜야 하고, 예결특위 위원장은 매일 매일 기한 내 예산 심의 종결을 독려해야 한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와 의결을 살펴보면, 심의 내용은 제멋대로이고 의결은 법정 기일을 지나 이뤄진다. 불량품을 그것도 납기가 지난 다음에 납품하는 업자에 비유될 수 있다. 불량의 내용과 납기 지난 납품에 대해서 철저한 규명과 함께 책임을 추궁하자.

국회는 행정부가 제안한 예산안의 각 항목에 대해 금액을 감액할 수는 있으나 행정부의 동의 없이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문제는 행정부의 동의 하에 금액 증가와 새 비목 설치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불량품이 납품된다. 불량품 납품의 가장 큰 원인은 ‘밀실 심의’ 때문이다. 밀실 심의에 의한 불량품 납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산심의 모든 과정을 투명화하고 모든 심의에 회의록을 반드시 남기도록 해야 한다.

헌법에 정한 법정 기일 내 의결하기 위해서는 그 책임을 국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공동으로 지우자. 국회의장과 예결특위 위원장의 법정기일 내 예산안 통과 책임을 국회법에 조문으로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국회는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예산만을 잘 따지면 국회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된다. 앞으로 국정감사는 특정 임시국회에서 별도로 하도록 하고,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안의 심의 의결만을 주된 활동으로 하도록 관련 제도를 바꾸고 국회법에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자.


최 광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석좌교수(前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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