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이례적인 12월 송년간담회 개최
지난 3월, 취임 100일 간담회 이후 9개월만
금안계정 도입 무산‧MG손보 매각 유찰‧SGI서울보증 상장 철회
사안별 소회 전하며 多事 한해 마무리
유 사장 “예금 국한한 보호제도 아닌 국민 생활 안정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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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예금보험공사 기자간담회에서 유재훈 예보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예보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예금보험공사에 2023년은 다사(多事)한 해였다. 연초부터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SVB) 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는 20년 넘게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 증액 이슈에 불을 붙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MG손해보험 매각 및 SGI서울보증보험 상장이 추진되면서 공적자금 회수 절차가 바쁘게 돌아갔다. 금융안정계정(금안계정) 도입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 금융사 부실 발생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안계정 도입은 유재훈 예보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전사적으로 달려든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올 한해는 다난(多難)한 해가 됐다. 금안계정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12월 현재까지 국회 계류 중이고, MG손보 매각 및 SGI서울보증 상장은 모두 무산됐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예금자보호한도 증액 문제 또한 현행 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김이 빠졌다.
◆ “내년에도 예금보험공사가 할 일을 하겠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시기에 유재훈 사장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금융 공기관이 웬만하면 공식 행사를 잡지 않는 12월 연말에 한 해 성과를 점검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송년간담회에서 유 사장은 “전임 사장부터 이어온 과업이 있었는데 (올해 이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1년간 (다양한 프로젝트가) 안 된 것에 대한 송구한 마음이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을 기념하거나 성과를 홍보하는 행사가 아닌 미흡했던 한해를 매듭짓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여타 행사와는 성격이 달랐다.
올해 예보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결과는 MG손보 매각 유찰과 SGI서울보증 상장 철회였다. 유 사장 취임 이후 각각의 절차에 속도가 붙었던 만큼 시장 기대감도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보후퇴’의 모양새가 연출 됐다.
유 사장은 “매각 예비입찰의 유찰 원인을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 다만, 좋은 소식이 있다면 3분기 영업 보고서부터 MG손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MG손보의 매각은 단순히 시장에서의 거래가 아니라 예보의 지원이 함께한다. 매각 절차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으며, 향후 매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 상장 철회 문제도 언급했다. 유 사장은 “예보가 지금도 배당금을 매년 2000억원씩 받는다. 공적자금 회수는 계속되고 있다”며 “IPO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매각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다양한 방안을 끊임없이 추구해 예보가 해야 할 일을 내년 이후에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 “금안계정 도입, 희망의 끈 놓지 않아”
예금자보호한도 현행 유지 문제에 대해서는 “증액을 논의하는 과정 자체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예보한도는 법상 시행령으로 조정 가능해 정부의 정책적 수단이지만, 입법부와의 논의 과정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만들었다는 시각이었다. 유 사장은 “예보한도 증액 문제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갖고, 학계와 업계, 언론 등의 의견을 검증하는 기회가 됐다”며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제도는 바뀐다. (예보한도 문제는) 내년과 그 이후 상황에 따라 대처해 나가면 된다. 예보는 항상 준비된 상태로 서포트할 생각이다”고 입장을 전했다.
금안계정 도입 문제는 “연말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그는 “남은 국회 일정 동안 좋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마지막 기회가 있기 때문에 예금보험공사가 전사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 취임 후 경영 비전으로 내세운 ‘예금보험 3.0’에 대한 지속적인 추진 의지도 밝혔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예금보험 1.0’과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거친 ‘예금보험 2.0’을 거쳐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보제도 발전이 ‘예금보험 3.0’의 골자다.
유 사장은 “현대 금융에선 예금자산보다 비예금 자산 증가율이 2배 이상 빠르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금융 시스템 붕괴는 예금 수취기관이 아닌 자본시장에서 시작됐다”며 “예금자 보호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예금에 국한한 보호제도가 아닌 국민 전체의 생활 안정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위기 시절에 만들어진 공적자금 의존 예금보험제도에서 탈피하고, 저축은행 사태의 유산을 청산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예금보험제도와 공사의 역할을 찾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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