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엔씨소프트가 바뀌고 있다. 그간 신작 부재, 리니지 지식재산권(IP) 약화 등으로 부진을 겪어오던 엔씨가 공동대표 체제 도입, 장르 다각화, 이용자 소통 강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11일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하고 공동 대표 후보자로 선정했다. 엔씨는 내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박 대표를 공식 선임할 계획이다.
박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김앤장 법률 사무소, 로커스홀딩 대표,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대표, 하나텔레콤 대표, VIG파트너스 대표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엔씨가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은 27년 만이다. 1997년 설립 이후 줄곧 김택진 창업주의 단독 대표 체제를 이어오던 엔씨가 돌연 경영체제를 변화한 것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기 위함이다. 엔씨는 박 후보자의 영입과 관련 ‘컴퍼니 빌딩’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의 컴퍼니 빌딩 전략은 새로운 수익 모델의 발굴과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의 진출이 골자다. 엔씨는 다양한 업종에서 오랜 기간 기업을 이끈 경험이 있는 박 후보를 영입해 신규 전략 수립, 투자 등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엔씨는 변화는 경영체제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리지니 라이크(리니지와 비슷한 게임)에서 탈피한 신작을 내놓는가 하면 주력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 7일 신작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를 국내 출시했다. TL은 엔씨가 지난 4년간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블록버스터급 신작이다. 이 게임이 출시 이전부터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이유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점 때문이다. 그간 소비자 의견에 눈과 귀를 막는 이른바 ‘불통 운영’으로 질타를 받던 엔씨지만, TL에는 ‘자동사냥 삭제’, ‘논타게팅형 스킬 추가’ 등의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또 BM(수익 모델)도 확률형 아이템이 최소화된 ‘배틀패스(기간한정 업적리스트)’를 적용했다. 현재 TL이 동시 접속자 수 10만명 이하(추정치)의 다소 부진한 성적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엔씨는 ‘리니지 원툴’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장르 다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9월 캐주얼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출시한 엔씨는 내년 MMO 슈팅 게임 ‘LLL’,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프로젝트 BSS’ 등 여러 장르의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ㆍ네오위즈 등 최근 잘 나가는 게임 개발사들을 보면 옛것을 버리고 변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며 “아직까진 TL이 기대치를 밑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적어도 리니지는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관리 여하에 따라 제2의 리니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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