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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채권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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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13 04:00:18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국내 유일 국적 대형선사인 HMM의 매각이 차일피일 지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이뤄진 본입찰에 하림그룹ㆍ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동원그룹이 도전장을 던지며 이내 새 주인이 결정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2주가 넘은 지금까지도 윤곽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HMM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채권단으로 맞이하게 된 역사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유동성 위기로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HMM은 국내 20위권 대기업으로 올라섰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해운업계에 호황이 찾아온 덕분에 HMM은 지난해 매출 18조5828억원, 순이익 10조854억원을 거두는 등 탄탄한 내실을 갖춘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분매각으로 최대한의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지금이 매각 적기인 것이다.

‘새 주인 맞이’는 HMM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다. 현재 해운업계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는 단계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 동맹인 ‘2M’(MSC, 머스크)이 2025년 해체를 선언하며 글로벌 해운시장의 경쟁 구도에 균열이 발생한 데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전환 등 다방면에 걸친 변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채권단 관리 체제로 머무는 동안에는 미래를 위한 긴 호흡의 투자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자금여력이 넉넉지 않은 후보자가 HMM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기대를 모았던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나서지 않은 이상 사실상 대안이 없다. 이번 매각이 좌초될 경우,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채권단의 최대 목표는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지 해당 기업이 글로벌 톱기업이 될 때까지 운영하는 게 아니다. 공적자금은 무한하지도, 무기한 제공될 수도 없는 국민의 혈세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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