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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통신시장 ‘대국민 개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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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15 04:00:19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이러니 개그 프로그램이 망하지.”


정부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비이상적인 행태를 보면 이 멘트가 절로 나온다.


최근 국내 통신 시장에 뜻밖의 ‘개그쇼’가 펼쳐지고 있다. 주제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찾기’다.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공고를 내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 모집에 들어갔다.


새로운 통신 사업자를 투입해 SKTㆍKTㆍLG U+ 등 3사로 굳어진 과점 체계의 폐해를 막고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이동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공모는 2010년 첫 공고 이후 7번째다.

기존 통신사 입장에선 제4이동통신사의 등장이 결코 달가울리 없다. 믿었던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의 증가세 둔화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경쟁사까지 늘어난다면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면서 출혈 경쟁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시장은 일말의 긴장감조차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기대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이런 반응은 정부가 신규 사업자 유치를 위해 내세운 지원책 때문이다.

이번 공모는 28GHz(기가헤르츠) 대역의 5G 주파수를 신규사업자에게 할당한다는 게 골자다.


5G 28GHz는 사실 통신3사가 취득했다가 다시 반납한 주파수다. 서비스 구현 난이도가 높을뿐더러 투자 대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공모 마감이 임박했지만, 신청 기업이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28GHz 주파수는 기존 3사가 이미 한 차례 실패했던 사업영역이다. 정부가 제시한 낮은 주파수 비용과 의무 기지국 축소, 금융 및 설비ㆍ시설 지원 등 정부의 각종 지원이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라며 “정부가 애초 제4이동통신사 유치 의지가 있었다면 무리하게 28GHz만 고집하기보단 중대역 주파수를 같이 할당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4개월도 남지 않았다. 어찌 보면 정부가 최근 ‘포퓰리즘성 사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제4이동통신사 유치를 통해 국민 가계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명심할 게 있다. 결과가 뻔한 일에 속아줄 정도로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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