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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외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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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09 06:00:13   폰트크기 변경      

퇴근하는 지하철역이 홍대입구역이다. 관광지이고 공항철도가 지나서 그런지 항상 외국인들로 붐빈다.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는 할아버지의 영어가 유창하고 외국인 직원도 흔하다. 길거리나 식당에서 번역 앱으로 대화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외국인은 이제 일상의 고객이고 이웃이다.

국내 연예인들이 외국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관광하는 영상들도 많은데 영상 속 외국인들은 곳곳에서 만나는 IT 기술과 세심한 배려에 놀란다. 안전함, 깨끗함, 넉넉한 인심과 친절에 만족한다.

서울은 이미 연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이상이 찾는 글로벌 관광도시다. 코로나19 때 움츠러들었지만, 회복세가 빨라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놀러 오는 외국인은 물론 살려고 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다문화가정은 이미 대한민국의 주요 구성원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이 전교생의 70%가 넘는 서울지역 초등학교가 2곳이다. 40% 이상은 9곳이다. 10년 전 한 강연에서 다문화가정이 많은 시골 학교에서 전형적인 한국인 얼굴을 한 학생이 오히려 왕따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다문화가정은 서울에도 흔하다. 인종적 다양성에 맞는 교육과 제도가 필요하다.

산업은 어떨까.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상주 외국인 취업자는 92만3000명이다. 1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산업계와 지방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법무부는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E-9)을 지난해보다 37% 늘렸다. 16만5000명이다. 허용업종도 호텔, 음식점, 임업, 광업으로 확대했다. 가사ㆍ요양 분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거리나 식당에서 만나는 외국인 관광객과 공장이나 농장에서 만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크게 다르다.

일터에서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겸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계급 같은 문화 속에서 차별과 멸시는 노골적이다. 작업장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주방과 숙소에는 쥐가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움막 같은 숙소지만 기숙사비가 따라붙는다. 욕설, 폭행은 물론 성폭행도 잦다.

임금체불도 여전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체불임금은 1200억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 대한민국 법 테두리에서 막을 수 있는 일이지만, 법은 가동되지 않는다. 고용주가 지역의 유력자들이고 ‘한국 사람끼리’라며 단속이나 감독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인구 급감에 각국은 외국인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치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에게도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안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열악한 작업환경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이 살 준비가 돼 있는가.


김정석 정치사회부장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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