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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물 복지 역점사업 ‘대심도 빗물터널’ 연초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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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08 14:19:28   폰트크기 변경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대상지. 사진=서울시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오세훈 시장의 물 복지 역점사업인 ‘대심도 빗물터널’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8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조달청이 지난 5일 강남역(추정금액 기준 3934억원), 광화문(2432억원), 도림천(3570억원)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 3건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서류 제출을 마감한 결과, 어떤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무응찰 유찰됐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대규모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권역 내 침수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일대 3개소를 우선 선정해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건설하는 공사다.

사업 성격만 보면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공사는 오 시장의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대표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민 중에서도 ‘약자’에 해당하는 저지대 거주민이 매년 반복되는 침수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 2020년 준공한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통해 ‘톡톡한’ 효과를 봤다. 지하 40m 깊이에 지름 10m인 대형 터널에서 빗물을 한강으로 내보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에도 끄덕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오 시장도 신년사를 통해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사업에 애착을 드러냈지만, 연초부터 이 사업은 최초 입찰부터 경쟁 성립에 실패하면서 첫 단추조차 꿰는 데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사업 유찰을 예상해왔다. 현실성 없는 공사비가 설정돼 발주됐기 때문이다. 원자재 급등으로 치솟은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

공공건설업계에 따르면 특히 무응찰 유찰이 주는 사업상 타격은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최소한 1개 업체 단독입찰이라도 진행했다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사업을 어떻게든 추진할 여지가 있지만, 무응찰 유찰은 애초 사업계획 자체가 잘못 구성됐다는 평가다.

기술형시장의 한 관계자는 “만약 단독 입찰자라도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을 추진해 나갈 최소한의 가능성은 있었다는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무응찰 유찰은 책정된 공사비로는 사업 자체를 추진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무응찰 유찰 탓에 사업은 장기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최초공고부터 무응찰 유찰이 발생한 이상, 계약조건의 현저한 변화 없는 입찰은 되풀이 한들 ‘유찰’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극한호우가 일상화하면서 저지대 ‘약자’는 매년 침수피해는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약자만 물에 잠겨 생명을 잃는 건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며 “물론 시에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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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임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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