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수출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불과 반년 전만 하더라도 최악을 거듭했던 수출실적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역대 최대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는 자동차와 더불어 1년 넘게 고꾸라지길 거듭했던 반도체 수출이 반등에 성공하면서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 15개월만에 100억달러를 탈환해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수출은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집계(관세청) 결과,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11.2%)를 기록하며 새해 전망을 밝혔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대(對) 중국 수출이 무려 20개월만에 상승 전환했다는 점이다.
월말까지, 그리고 이후 상황도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히 바닥을 찍고 업사이클에 올라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제통상 분야 국내 최고 실무전문가라 할 수 있는 안덕근 산업자원부 장관이 수출전선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도 기대요인 중 하나다.
정부도 다소나마 자신감을 되찾은 듯 보인다.
사실상 작년 내내 전전긍긍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새해 경제정책방행을 통해 연간 수출 7000억달러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6326억9000만달러) 보다 10% 이상 늘리겠다는 것인데,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전제까지 달며 나름의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은 ‘장밋빛’일지, 다시 ‘잿빛’이 될 지 속단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많다.
대중 수출 호소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고 불안한 한반도 정세나, 하다못해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 또 휘청거릴 수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여전히 지속 중이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동 전역 확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잠시나마 눌려있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다시 불거지면 수출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에 따르면 ‘건강’이란 질병이나 단지 허약한 상태가 아닐 경우를 의미하지 않는다.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해야 비로소 건강하다고 정의할 수 있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단순 수치(목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급망이 튼튼해야 하고, 국내외 정세에도 쉽게 흔들이지 않아야 ‘건강’하다 할 수 있다.
정부는 수출과 더불어 올해 해외건설 수주도 400억달러를 조기 달성하겠다고 했다.
작년과 재작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각 300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거뒀으니 20% 이상 더 늘려 내년 500억달러 돌파를 위한 교두보를 놓겠다는 계획이다.
네옴시티를 필두로 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인도네시아(신수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을 감안하면 허황된 숫자도 아니다.
그러나 해외건설 수주도 수치 못지않게 ‘건강’을 챙겨야 한다.
성과에 연연하다 수익성을 놓치거나 온갖 분쟁에 시달리고 안전까지 위협받거나 하는 등 실속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봉승권 경제부장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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